케냐의 마라톤 선수들이 경남 일대 한 수산 양식장에서 불법 취업해 근로중인 모습. /창원해경

아프리카 케냐의 마라톤 선수들을 국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속여 입국하게 한 뒤 경남 지역 수산물 양식장에 불법 취업하도록 알선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창원해양경찰서는 출입국관리법 위반(불법취업 알선) 등의 혐의로 국내 한 지자체 체육회 소속 현역 마라톤 선수 A(29)씨를 구속 송치하고, 다른 지자체 체육회 소속 코치 B(52)씨와 A씨 배우자 C(33)씨를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7개월 간 케냐의 마라톤 선수 7명을 입국시켜 경남 남해안의 한 양식장 등 수산업체에 취업하게 한 혐의다.

해경 조사 결과 이들은 국내 유명 마라톤대회 초청장을 위조해 주케냐한국대사관에 제시해 선수들이 90일간 국내에 체류하며 운동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받았다. 이후 선수들이 국내 양식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알선했고, 선수들이 양식장에서 번 돈 34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양식장에서 일한 케냐 선수 7명은 30대 중·후반의 나이로, 모두 케냐 육상협회에 등록된 정식 마라톤 선수들로 확인됐다. 이 중 1명은 2016년 국내 한 마라톤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해경 관계자는 “선수들의 나이가 마라톤을 주력으로 하는 시기가 지난 데다, 캐냐 환율이 국내보다 10배 정도 낮아 고임금을 벌 수 있어 불법 취업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가운데 6명은 이미 케냐로 출국했으나, 나머지 1명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해경이 추적하고 있다.

A씨 등은 또 불법 취업시킬 외국인 수를 늘리기 위해 SNS 등에 ‘한국 해산물 양식장은 일이 편하고 임금이 많다’는 내용의 홍보 영상까지 만들어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에는 한국으로 귀화한 케냐 출신 선수의 이름을 무단 도용하기도 했다.

해경은 지난 2월 남해안 양식장 등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아프리카계 흑인이 취업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에 케냐 마라톤 선수 7명을 국내에 취업하도록 직접 알선한 인력사무소 대표 등 브로커 3명을 출입국관리법과 직업안정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김영철 창원해경서장은 “선수들을 허위로 초청하고, 불법 취업 알선까지 한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선수 초청과 관련해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