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수 치기’ 의혹을 샀던 1인당 4만원의 제주 문화복지 포인트 지원 사업이 실제로 청년 공무원들이 선점해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제주 청년 문화복지 포인트 지원 사업에 대한 조사 결과, 사전 정보를 입수한 청년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신청해 포인트를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담당 부서에 대해 부서 경고 및 주의를 요구했다.
문화 포인트는 청년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1인당 4만원 상당의 청년문화복지 포인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상은 도내 19세부터 39세까지 청년이다. 제주도는 정부24(보조금24)를 통해 신청하면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선착순 1만명에게 1인당 4만원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제주도 감사위의 감사 결과 문제는 허술한 공고 절차에서 나타났다. 제주도는 4월 29일 사업계획을 수립했지만 정작 사전 공고를 하지 않았다. 이어 5월 20일 제주도청과 제주시·서귀포시, 읍면동, 직속기관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틀 후인 5월 22일 오전 9시 39분에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9시부터 이미 선착순 신청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사전 정보를 입수한 공무원들과 지인들이 무더기 신청에 나섰다. 실제 신청 단 4시간 만인 오후 1시 11분 선착순 접수가 마감됐다. 그 결과 신청 가능한 나이에 속한 청년 공무원 3174명 중 무려 34.0%인 1080명이 1인당 4만원의 문화 포인트를 가져갔다.
반면 일반 청년 15만5450명 중 문화 포인트를 얻은 청년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또 공고 내용을 모르는 청년이 대다수여서 신청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선착순 1만명 접수가 마감돼 청년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한 청년은 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에 “주변에 알아봤더니 공무원 지인들은 벌써 오전에 (신청)했다고 하더라”는 글을 올렸고, 다른 청년은 “솔직히 신청한 사람들 직업군 중 공무원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위는 “일반인보다 공무원이 더 많이 신청해 대상 편중과 정보 제공 시기 불합리 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는 등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며 “공무원만 해당 사업을 미리 알 수 있게 한 것으로서 사업대상자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