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타이어 생산공장에 들어와 기계 작동을 멈추고 이를 제지하던 안전 부서 직원을 공동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소속 한국타이어 노조 지회장과 간부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 10단독(부장판사 김태현)은 공동폭행, 공동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민노총 소속 한국타이어지회 전 지회장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조 간부 등 노조원 6명에게도 벌금 70만∼1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의 폭행에 대응했던 공장 안전소방 팀장 B씨도 폭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 70만원이 선고됐다.
A씨는 2022년 6월 19일 오전 6시쯤 사무직 관리자가 없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을 방문해 “설비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타이어 성형기계를 멈추고 조합원들에게 작업 중단 지시를 내렸다.
검찰은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조합원들과 공장을 돌아다니며 기계를 멈추고 타이어 생산을 방해했다고 했다.
당시 A씨와 기계를 다시 가동하려는 안전담당 직원 B씨 사이에 쌍방 폭행으로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노조 간부들은 ‘지회장을 때렸다’는 이유로 B씨를 공동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원들은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다른 안전팀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A씨는 사고를 우려한 정당한 작업중지권 행사였고,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 위한 위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는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기에 정당한 작업 중지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노조 지회장 신분으로 소속 조합원 등 근로자의 작업을 임의로 중단시킨 것은 관리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계 작동을 중단했고, 범행 전후 정황에 비춰보면 술에 취해서 한 행동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다”며 “노조 지회장이라는 지위를 내세워 작업중지권 행사, 긴급피난 등을 운운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노조 활동에 부정적 편견을 갖게 만드는 행태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