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26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따르면 2024년 박물관 방문 관람객 수는 지난 20일 기준 100만2559명으로 집계됐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측은 지난달 진행된 ‘동서 디반 박물관 국제페스티벌’이 올해 관람객 100만명 돌파의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이번 페스티벌에선 기획특별전, 큐레이터 포럼, 전시 연계 강연, 국제학술대회, 문화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총 15만4225명의 관람객이 박물관을 다녀갔다. 이는 적게는 5만명에서, 많게는 9만명 정도인 월 관람객 수에 비해 크게 많은 숫자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된 기획특별전 ‘올랭피아 오디세이―문자와 여성, 총체적 여성의 거리에 서다’가 많은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 이후 첫 해외 교류전으로, 지난해 세계 첫 문자 전문 박물관인 프랑스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과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마련됐다.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없었던 여성들의 가장 힘 있는 표현 수단이었던 문자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특별전에선 한글로 쓰인 중국 소설 ‘소무충절록(蘇武忠節錄)’과 일본 히라가나로 쓰인 소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 등 여성과 문자의 관계를 탐구해 볼 수 있는 작품 90여 점을 살펴볼 수 있다. 1980년대부터 활동하면서 성차별과 인종차별 등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고발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등을 발표해 온 미국 ‘게릴라 걸스’의 작품 20여 점도 볼거리다.
박물관 측은 어린이나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해 점자나 큰 글자로 된 맞춤형 안내문을 설치해 이해도를 높였고, 휠체어 관람도 불편함이 없도록 전시장 내부 동선을 구성했다. 또 진열장 높이를 낮춰 누구나 쉽게 전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적 약자의 관람을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3월 프랑스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에서 ‘Script Girl’을 제목으로 열린 적이 있다. 페스티벌 기간 중엔 셀린 하미오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장과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이 ‘문자와 여성’이라는 같은 주제로 전시를 어떻게 다르게 구성했는지에 대한 연계 강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월까지 이어진다.
페스티벌에선 이번 특별전 외에도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뉘른베르크 연대기’와 관련한 큐레이터 포럼, 문자의 기원과 발달 과정을 다루는 국제학술대회 등이 진행됐다. 음악회와 AI‧무용 융복합 공연, 버스킹 공연 등 행사는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지난해 6월 개관해 올해로 운영 2년 차를 맞았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어진 문자 전문 박물관이자, 인천 지역 첫 국립 박물관이기도 하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만5650㎡ 규모의 이 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건축물은 흰색 두루마리를 펼쳐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으로 설계돼 ‘페이지스’(Pages)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기원전 2000년~기원전 1600년 사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점토판에 쐐기 문자로 고대 서아시아의 홍수 신화를 기록한 ‘원형 배 점토판’을 비롯해 최초의 유럽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알려진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마틴 루터가 라틴어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비텐베르크 구약성서 초판본’ 등 유물과 자료 등 244건 543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내년에도 ‘세계 문자’를 활용해 흥미롭고 다채로운 전시와 강연, 교육, 문화 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박물관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과학과 예술, 첨단 기술을 접목한 최고의 전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문화시설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