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문명고 교직원들이 지난달 21일 교과서 선택은 헌법이 보장한 학교 교육의 자주성이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수적 시각에서 펴낸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한 문명고(경북 경산)가 복수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2025학년도 신입생 한국사 수업에 한국학력평가원이 출판한 교과서를 선택한 문명고는 이외에 한국사 교과서로 검·인정된 9종 교과서 중 하나를 보조 교재로 추가 선정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 정부에 대해 ‘독재’ 표현 대신 ‘장기 집권’, 제주 4·3 사건 가담자 중 일부에 대해 ‘반란군’으로 서술하고 있다. 문명고는 전국 고교 중 유일하게 이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채택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전교조와 시민단체 등은 “문명고가 친일·독재 미화가 담긴 불량 한국사 교육을 시도한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문명고 앞에서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문명고 측은 기존에 선택한 한국사 교과서와 다른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검·인정 교과서 1권을 보조교재로 추가 선정해 균형 잡힌 역사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임준희 명문고 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선택한 교과서에 대해 제기된 문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사 교육 목표가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인 만큼 서로 다른 성향의 교과서를 추가로 선택해 수업을 진행하겠다”며 “우리 학교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학교에서도 보조교재로 다른 시각을 가진 교과서를 추가 선택하는 일도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사용할 보조 교재 구입 비용(권당 1만원)은 학교 측이 부담하기로 했고, 어느 교과서를 선택할 지는 담당 교사가 결정할 예정이라고 임 교장은 밝혔다.

한편 문명고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하지만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전교조 등의 시위가 이어졌으며 이후 문재인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작업을 폐기하면서 연구학교 지정은 자동 철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