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0월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법제처·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헌법재판소·대법원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하고, 쌍방울로부터 수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9일 항소심서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문주형)는 이날 오후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도 선고했다. 지난 6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월형과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었다.

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해선 징역 15년형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3억3400여만원을, 방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쌍방울의 대북사업 진행을 위한 의도도 있다고 할 것이나 스마트팜 비용 및 도지사 방북비용 요청을 한 책임이 크다”며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 범행 후 정치인으로 부정한 행위까진 나아가진 않았고, 스마트팜 사업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었고, 남북간 평화 조성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도 있던 점 등을 감안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800만 달러가 북한에 전달됐다는 1심 판단 등에 대해서 모두 사실로 인정하면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면서도 일부 감형했다.

선고 당시 재판부의 유죄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자, 피고인 석에 앉아있던 이 전 부지사는 멍하니 재판장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돌려 방청석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맨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고,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신 북한 측에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경기도 대북사업 우선적 사업 기회 부여’ 등을 대가로,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경기도를 대신해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넨 것으로 봤다.

이 전 부지사는 또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임했을 당시 쌍방울 측에서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모두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뇌물 2억5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 재판은 지난 2022년 10월 시작돼 이날 2심 선고까지 2년 2개월이 걸렸다. 이번 선고로, 이른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사실심(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재판)은 끝났다. 만약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불복해 대법원에 상소를 제기한다 해도, 대법원은 대북송금이 이뤄졌다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법리해석만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날 판결은 지난 6월 같은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전망된다. 두 재판은 동일한 사실관계와 증거 등을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 대표의 재판에서 대북송금이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와 그 배경, 목적 등에 대해 심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이 전 부지사께서 검찰에 조작된 증거를 전부 다 법원이 인정해 줘서 상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주셨다”며 “변호인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기소 자체가 불법이라고 본다”며 “아마 상고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지난 2018년 7월 10일 이화영 부지사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