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를 진행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19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 앞바다에서 시추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북 포항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는지 확인할 시추 작업이 본격화됐지만 탄핵 정국에 예산 삭감, 어민들의 반대 등으로 시작부터 난항이다.

19일 포항시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가 지난 16일 부산외항을 떠나 17일 오전 포항 동쪽 40km 떨어진 ‘대왕고래’ 해상에 정박 중이다.

카펠라호는 이날 현장 해역에서 첫 탐사시추를 위한 작업에 나섰다. 시추는 수심 1.2km 아래 해저면을 2km가량 뚫고 들어가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이다. 이후 두 달간 시료를 채취한 뒤 내년 상반기쯤 1차 시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정확한 시추 위치 포지셔닝을 위한 작업과 현장 인력들과 함께 사전 시추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현지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금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탄핵 정국과 맞물려 예산 대부분이 삭감됐다. 야당은 내년도 사업 예산을 98% 삭감한 상황이다. 총 4차례 예정된 시추엔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1차 시추 비용 1000억원을 마련했지만 추가 예산 확보는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다 어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시추 해역 일대의 홍게잡이 어민들은 시추 기간이 조업 성수기와 겹치자 석유공사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진만 포항구룡포홍게선주협회장은 “수심 1200m 이상에서 타공을 하면 충격에 이 일대 물고기가 다 달아난다”며 “시추를 하더라도 홍게 금어기인 7~8월을 놔두고 이 시기에 시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어족 자원 감소 등의 피해는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어민들에게 시추선 반경 500m 이내 일부 보상 제의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며 “보상가도 터무니없이 높게 요구해 더 이상 협상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보상 문제가 결렬되자 어민들은 행동으로 나설 예정이다. 포항 구룡포 일대 홍게잡이 어선은 100여척, 이 가운데 시추선 인근에서 조업하는 30여척 선주들은 20일 오전 시추선을 둘러싸고 시추작업 결사반대, 시추선 철수 등 해상시위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