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경북 의성군 옥산면 해발 220m 산자락에 둘러싸인 ‘선바우’ 마을. 약 4000㎡(1200여평) 과수원 입구에 도착하자 어디선가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흘러나왔다.
캐럴송이 울려 퍼진 진원지는 과수원 가장자리에 하늘 위로 곧게 뻗은 사과나무 한 그루. 높이 2.5m 원뿔형태의 사과나무에는 한 가지에 황금빛과 붉은빛 두 종류 빛깔의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밭에 심겨진 게 아니라 분재 형태로 화분에 심어 놓은 사과나무에는 방울과 화환, 트리 조명 등 20여개의 크리스마스 장식품도 달렸다. 사과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한 것이다.
이곳에서 40여 년째 과수업을 이어 온 김창호(61)씨는 “사과나무를 분재 형태의 재배기술을 접목해 크리스마스 트리로 판매하고 있다”며 “한 그루당 과실만 수확하면 수익이 16만원쯤 되는데 분재 형태로 팔 경우 한 그루당 250만~300만원 정도 소득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씨는 3년 전부터 의성지역 사과재배 농민 7명과 함께 작목반을 만들고 분재 형태의 사과나무 재배기술을 접목해 농업법인조합도 만들었다.
이들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서 황금색과 빨간색의 사과가 동시에 열리는데 착안해 만든 황금부사를 ‘트윈플’(트윈과 애플 합성어)로 이름 짓고 브랜드화 했다. 트윈플은 천연 광물로 특수 재배한 사과다. ‘올라이트’라는 광물을 입힌 봉지를 여러 달 동안 씌워 키우는데, 햇볕을 차단해도 시들거나 마르지 않고 생육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농산물은 기후 환경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가격 등락 폭이 큰 편인 반면 크리스마스 트리로 활용 가능한 이 사과나무는 공산품처럼 책정된 가격에 팔 수 있다.
조석제(60) 경북 황금부사 농업법인 대표는 “프랑스 현지에 출장을 갔다가 따먹을 수 있는 달린 포도나무로 트리를 만든 사례를 보고 황금부사에 접목하게 됐다”며 “앞으로 농가 수익 증대를 위해 지역 청년 농부들에게 재배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분에 옮겨 심은 황금부사 사과나무는 백화점과 호텔, 놀이공원 등에 살아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인기다. 최근 황금부사 사과나무는 의성군청 입구에도 크리스마스 트리 형태로 전시돼 있다.
조 대표는 “올해 한정된 사과나무 분재 예약 발주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 송파구 롯데백화점 등 300그루 모두 매진됐다”며 “내년에 시판할 분재형 사과나무를 1000그루 이상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