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장 선거에서 당내 이탈표를 막겠다며 투표용지에 표기 위치를 각자 구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개·기명 투표를 공모한 경기 안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시의원들이 파기환송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시의원인 피고인들이 위계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와 관련한 공무를 방해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6-3부(재판장 김은정)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2020년 7월 제8대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사전에 약속한 투표용지의 위치에 후보 이름을 써넣는 방법으로 투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용지를 12개 구획으로 나눠 각자 표기할 위치를 지정해 내정된 후보의 이름을 쓰기로 합의했다. 또 합의를 따르지 않은 사람은 민주당 감표위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재적 21석에 13석을 보유한 다수당이었으나 내정 과정에서 탈락한 한 명이 불복해 출마하자 이 같은 방식으로 담합했다.
당시 부정 투표 의혹이 일면서 무효 소송이 제기됐고, 2021년 3월 법원은 “특정한 방법으로 다른 투표용지와 구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기명·비밀선거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안양시의회는 의장이 사퇴하고 새로 선출 절차를 거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 같은 투표 행위에 가담한 A씨 등은 공모하지 않은 다른 시의원, 감표위원, 의회 사무국장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공모하지 않은 시의원들에 대해서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에 잘못이 있다”며 일부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심 재판부로 파기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