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단디 준비하겠습니다. 경주를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습니다.”
30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주 회의장인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 ‘APEC 2025 KOREA 경주 포럼’에 외교부 준비기획단, 한국APEC학회, 경북도, 경주시 등 관계자 150여 명이 모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주 APEC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북도는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국제 행사인 APEC 정상 회의를 유치했다. 내년 11월 경주에서 회의가 열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등 21국 정상이 참석 예정이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회의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의장국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상황인 데다가, 경북도가 요청한 예산 3732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16억원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탓이다. 이에 대해 포럼에 참석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석기 의원은 “경주 APEC은 전혀 문제될게 없게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유장희 한국APEC학회 명예회장은 “인공지능(AI)의 범용 전략에 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리고 APEC 회원국 간의 괴리가 크다”며 “APEC 지식포럼(Knowledge Forum)을 설립해 이런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전문가 토론에서는 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이 신라 효공왕 시절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생성형 AI로 만든 영화를 공개했다. 유 원장은 “월정교와 춘양교 등 경주의 문화유산을 테마로 한 AI 영화를 매달 제작해 APEC 개최 전까지 100편 가까이 만드는 게 목표”라며 “추후 해상왕 장보고, 매소성 전투 등을 소재로 세계에 경주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영찬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한국APEC학회 지역위원장)는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이유는 부산이 가진 독특한 가치를 국제 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경주의 풍부한 문화유산이 ‘장식적 경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점, 이것이 인류 공동의 미래 비전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APEC 주요 시설 준비 일정도 일부 공개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각국 정상들이 사용할 숙소는 내년 8월 중 개·보수를 마칠 예정이고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 내 정상회의장 조성 공사도 9월쯤 완료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내년 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정상 회의 예산이 추가로 반영되게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정부, 경제단체, 전문가, 시도민과 긴밀히 협력해 APEC 정상 회의를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