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길몽을 사고판 내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조선시대 길몽을 사고팔면서 작성한 ‘꿈 매매문서’ 2점을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첫째 문서는 조선 순조 때인 1814년 2월 작성됐다. 대구에 살던 박기상은 청룡과 황룡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는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려는 친척 동생 박용혁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보통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꿈은 합격, 출세 등을 뜻한다.
두 사람은 1000냥에 이 꿈을 사고팔기로 하고 매매 문서를 썼다. 문서에는 대금은 과거에 급제한 뒤 관직에 오르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길몽을 꾼 박기상은 ‘몽주’, 그 꿈을 산 박용혁은 ‘매몽주’라고 쓰고 사인을 했다. 그리고 ‘증인’으로 2명의 이름과 사인도 추가했다.
김미영 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시 1000냥은 쌀 200석(약 30t)을 살 수 있는 거액”이라며 “박용혁이 당시 과거에 급제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둘째 문서에는 조선 헌종 때인 1840년 2월 경북 봉화에 살던 신씨가 강만에게 청룡과 황룡이 뒤엉켜있는 꿈을 판 내용이 담겼다. 신씨는 진주 강씨 집안의 하녀였고, 강만은 집주인의 친척 동생으로 나온다. 신씨는 꿈을 파는 대가로 파란색·빨간색·흰색 실을 받기로 했다. 이 문서에도 몽주와 증인의 이름, 사인이 적혀 있다.
진흥원 측은 “타인이 꾼 길몽을 돈이나 재물을 주고 산 뒤 굳이 문서로 남기려 했던 이유는 그 꿈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길몽을 꾼 이가 말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도 줄 수 있으니 재물을 주고서라도 확실히 자신의 것임을 문서화했다는 것이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길몽을 사고파는 일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라며 “보통은 구두로 사고파는데 이번에 발견된 매매 문서는 매우 희귀한 자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진흥원은 순천 박씨 문중과 진주 강씨 문중이 기탁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문서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