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민주화운동 상징 거리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1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광주 지역 17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2시 20분부터 금남로 1·2가 왕복 8차로에서 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윤석열 즉각 파면’ ‘국민의힘 해체’ ‘빛으로 모이자 될 때까지 모이자’ 등이 쓰인 손팻말 등을 든 참석자들이 모였다.
집회 참석자 이강수(44·광주 진월동)씨는 “광주가 지켜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려고 교육차 고등학생 아들과 왔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이서영(18)양은 모친 성은정(46)씨 손을 잡고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양은 “반대파가 와서 시위한다고 해서 광주 사람으로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 엄마와 함께 오게 됐다”라고 했다. 광주시민 문은미(49)씨는 “다른 곳도 아니고 5·18의 아픔이 있는 광주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광주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아픔을 다시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풍물단의 길놀이로 시작한 찬성 집회는 자유발언과 공연, 현장 인터뷰 등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자는 탄핵 반대 집회를 언급하며 “금남로가 어떤 곳이냐 너무나 분노스럽다”며 “우리가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자”고 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극우 세력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역사 유튜버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회 소장도 참여했다.
탄핵 찬성 집회 무대는 금남로 2가에 마련됐다. 260m 거리 곳곳에는 ‘김건희도 구속하라, 헌재 윤석열 파면’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도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자 광장으로’ ‘내란 세력 척결!’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찬성 쪽 메인 무대는 탄핵 반대 집회 메인 무대와 거리가 70m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양측 무대 사이에 버스 5대 등을 동원해 차벽을 쌓고 양측의 충돌에 대비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탄핵 찬성 집회는 1만명, 탄핵 반대 집회는 3만명이 모였다.
한국사 강사 황현필씨는 이날 단상에 올라 “내란 수괴 지지자들이 민주주의 대표 도시 광주에서 집회를 열었다”며 “얼마든지 자유를 이야기해도 되지만 내란 수괴 옹호 집회를 하는 건 홀로코스트 나치추종자가 집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앞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광주에 사는 윤하연(20)씨는 “요새 탄핵이 진전이 없는 등 안 좋은 뉴스가 많이 들려서 광주 시민의 의지를 보여주려고 나왔다. 반대 집회는 왜 광주에서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영길(62)씨는 “신성한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여는데 불만을 품고 탄핵 찬성 집회에 왔다”고 했다. 박연숙(50)씨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부산 대구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것까진 용납해도, 이곳에서 집회를 여는 건 도발 행위 아닌가”라고 말했다.
탄핵 찬성과 반대 측 집회 참석자 간의 크고 작은 언쟁도 포착됐다. 한 50대 찬성 집회자가 ‘윤석열 즉각 파면’ 손팻말을 들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손에 든 10여 명의 무리에 다가섰다. 그러자 탄핵 반대 쪽에선 “우리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찬성 집회자는 “당신들과 생각이 다를 뿐”이라며 “집회 끝내고 빨리 광주를 떠나라”고 말했다.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광주비상행동은 집회 개최에 앞서 배포한 ‘광주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내란 선동 세력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성지 금남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금남로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80년 오월 광주의 마지막 날은 도청을 사수하던 이들의 죽음이었지만, 그 죽음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살찌우는 자양분으로 부활했다”며 “오늘 금남로가 견뎌내는 시간은 내란 선동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