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호텔 헐리고, 107년 전통 유성호텔도 문닫는다 - 대전 유성 온천 관광특구의 관광호텔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쇠락 위기를 맞고 있다. 2018년 폐업한 5성급 리베라호텔은 철거 후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이 추진 중이고(위 사진), 107년 역사를 지닌 유성호텔(아래 사진)은 2024년 3월까지만 영업을 예고한 상태다. /신현종 기자
리베라호텔 헐리고, 107년 전통 유성호텔도 문닫는다 - 대전 유성 온천 관광특구의 관광호텔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쇠락 위기를 맞고 있다. 2018년 폐업한 5성급 리베라호텔은 철거 후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이 추진 중이고(위 사진), 107년 역사를 지닌 유성호텔(아래 사진)은 2024년 3월까지만 영업을 예고한 상태다. /신현종 기자

온천 명소로 널리 알려진 대전 유성 온천 관광특구가 위기를 맞고 있다. 유성 지역 관광호텔들이 잇따라 폐업하거나 휴업한 데 이어 최근 유성 온천의 상징과도 같았던 107년 역사의 유성호텔이 2024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유성온천의 관광산업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오자 유성구청은 관광특구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성호텔의 소유권은 기존 유성관광개발㈜에서 지난 10월 말 서울에 주소를 둔 한 부동산 전문 신탁·개발사로 넘어갔다. 구체적인 매매 금액, 개발 계획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텔은 2024년 3월까지만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15년 문을 연 유성호텔은 현재 190객실과 연회장, 수영장, 온천탕을 갖추고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 대전 선수촌, 1988년 서울 올림픽 대전 선수촌으로 지정돼 국제 행사를 치른 지역 대표 호텔이었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곳에서 숙박했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호텔 영업 중단 이후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 등은 확인된 것이 없다”면서 “유성 온천의 상징과도 같던 호텔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지역 관광 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호텔이 문을 닫고 나면 해당 부지에는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성 온천은 1994년 경주, 제주, 설악산, 해운대와 함께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당시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밤 12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했던 유흥 업소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는 혜택을 받았다. 이때 유성은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며 한 해 1000만명이 넘게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1999년 유흥 업소 영업 시간 제한을 전국적으로 해제하면서 관광특구 혜택이 사라지자 유성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유성 온천이 관광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 각지에 온천을 활용한 워터파크가 만들어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유성은 대중탕과 숙박 업소 위주로 구성돼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더 어려워졌다. 온천욕을 즐기려는 방문객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호텔협회의 2019~2020년 호텔업 운영 현황을 보면, 유성 지역 전체 호텔 객실 이용률은 2019년 66%에서 2020년 48%로 떨어졌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객실이 빈방으로 남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유성 온천 내 호텔들이 줄줄이 휴·폐업했다. 유성구 봉명동 온천지구에 유일한 5성급 호텔이던 리베라호텔은 2018년 1월 폐업했고, 3성급 아드리아호텔도 같은 해 문을 닫았다. 인터시티호텔은 휴업 중이다. 2015년 유성온천지구 관광호텔은 6곳이었는데, 현재까지 남아 운영 중인 곳은 유성호텔, 계룡스파텔, 경하온천호텔 등 3곳뿐이다. 관광호텔은 국내외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객실과 서비스 수준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호텔이 몇 곳 남지 않은 것이다. 호텔들이 사라진 부지에선 주상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진국 대전목욕협회 부회장은 “관광특구에 주상복합만 들어와서는 안 된다. 연회장을 갖춘 호텔들이 생겨야 유성 온천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과거 유성 온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전시와 유성구가 볼거리, 즐길거리, 편의시설 등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구는 온천지구 관광 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관광특구 살리기에 나섰다. 유성 온천지구 관광 거점 조성 사업은 260억원을 들여 계룡스파텔 부근 4만8247㎡(약 1만4753평)의 온천문화공원 용지에 온천수체험관과 온천박물관 등 온천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5년까지 사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한 차례 열리던 온천 축제도 올해 계절별로 4번에 나눠 개최했다. 침체된 온천 거리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다. 봄에는 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온천문화축제를, 여름에는 재즈&맥주페스타를, 가을에는 국화전시회와 연계한 음악회를, 겨울인 12월 초에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온천 거리에서 열었다.

전용주 유성구 문화관광과장은 “유성 온천 지역 호텔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지역 상권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목욕 중심 온천 문화에서 힐링할 수 있는 온천으로 변화시켜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