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세종시 대평동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세종시는 오는 2025년부터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시행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신현종 기자

세종시가 2025년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전면 무료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가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종시가 재정적 부담을 떠안으면서 시내버스 요금을 무료화하려는 것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교통 정체를 해소하고, 미세 먼지 절감 등 환경 개선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내버스 노선 조정, 배차 간격 단축 등 추가 대책이 없으면 요금 무료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는 오는 2025년 1월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무료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23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무료 이용 대상은 세종시에 사는 모든 시민이다. 승객이 시내 구간 버스 요금을 교통카드로 결제하면 지역 화폐(여민전)나 공용 자전거(어울링)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단 시외로 이어지는 구간은 무료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세종시 시내버스 요금은 성인 14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600원이다.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를 시행하는 광역자치단체는 국내에는 없다. 경기와 충남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가 고령자, 어린이·청소년 등 적용 대상을 제한해 요금을 무료로 해주기는 한다.

세종시의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은 최민호 세종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이다. 세종 신도시 건설을 총괄하는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최 시장은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설계된 세종시의 교통 정책으로 시내버스 무료화를 약속했다. 세종시 도심 도로는 대부분 편도 3차로다. 이 중 한 차로는 버스전용차로다. 도로 폭이 좁고 확장이 어렵게 설계된 탓에 세종시에선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 체증이 빚어진다.

이에 세종시는 시내버스 무료화를 시행해 교통 체증을 줄이고, 대중교통 중심 도시라는 당초 설계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세종시의 시내버스 수송 분담률은 7%로 전국 광역시 평균(16.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세종시 승용차 수송 분담률은 41%로 전국 광역시 평균인 37.6%보다 높고, 서울시 승용차 수송 분담률(20.5%)의 두 배에 달한다.

세종시가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를 시행하면 시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종에선 현재 총 58노선에서 시내버스 310대를 운영 중이다. 최근 4년간 세종시 시내버스 운영 비용은 연 평균 489억원이지만, 운송 수익은 연평균 162억원에 그쳐 적자였다. 이에 연간 327억원 정도인 운영 적자를 시 예산으로 메워 왔다. 세종시 관계자는 “그동안 시내버스 운영에 들어간 지원금에다 일부를 추가 지원하면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세종시는 2025년 시내버스 무료화 시행 시 연간 580억원 정도 예산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시는 시내버스를 무료화한 외국 사례도 살펴보고 있다. 최 시장은 지난 9~18일 미국 워싱턴과 보스턴 등을 방문했다. 보스턴은 작년 3월부터 세 버스 노선에 대해 한정적으로 시내버스 무료화를 도입해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5%포인트 높였다고 한다. 워싱턴은 오는 7월부터 버스 요금을 전면 무료화할 예정이다. 최 시장은 “시내버스 무료화를 일시에 시행하기보다 과도기나 시범 운영 기간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금 무료화보다 버스 노선 개편, 증차 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내버스 이용을 늘리려면 요금 무료화에 앞서 노선을 전면 개편하고 운행 차량을 늘려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수요에 맞춘 노선 조정이 버스 이용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했다. 세종시민 김모(38)씨도 “승용차로 10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로는 20~30분을 돌아가야 한다”며 “승강장도 집과 떨어져 있고 버스도 자주 오지 않아 불편한데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시내버스를 무료화하면 시민들의 차량 유지비 절감 및 미세 먼지 절감 효과 등이 기대된다”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 시행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