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앞 연못에서 관람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청남대관리사업소

지난해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가 국민에 개방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무를 보던 성역이 개방되자 국민은 환호했다. 주말이면 특별한 공간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이보다 20년 앞선 지난 2003년, 이미 남쪽의 청와대가 먼저 국민에 개방됐다. 남쪽의 청와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됐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에 자리 잡은 청남대이다. 두꺼운 철문으로 겹겹이 쌓여 군인들이 철통 방어했던 남쪽의 청와대가 이젠 국민의 치유·힐링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1984년도 청남대 본관의 모습. /청남대관리사업소

◇대청호에 반한 대통령… “별장 있었으면 좋겠다”

청남대가 지어진 것은 1983년이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청호의 풍경에 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곳에 별장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고, 3년 만에 대청호에는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들어서게 됐다.

청남대는 14km에 달하는 수변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대청호 호수에 둘러싸여 생태환경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우선 본관 진입로 양쪽에 줄지은 반송은 수령 80년 이상의 거목이다. 처음에 62그루에 달했지만, 현재는 30여 그루만 남아있다. 또 100여 종이 넘는 조경수가 자라고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다양한 종의 야생화도 자라고 있다.

이곳은 빼어난 풍경뿐만 아니라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천혜의 요소였기 때문에 대통령이 머물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처음 이름은 영춘제로 지었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영춘제라는 이름은 1986년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인 청남대로 변경됐다.

2003년 청남대가 국민에 개방됐다. /청남대관리사업소

◇대통령이 사랑했던 별장 ‘청남대’… 권위주의 깨고 국민에 개방

청남대는 이후 줄곧 대통령 별장으로 쓰였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등 모두 다섯명의 대통령이 이곳을 이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상징인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면서 2003년 4월 청남대는 국민에게 개방됐다. 이후 청남대는 충북도에 이양돼 현재는 충북도 산하 청남대관리사업소가 관리하고 있다.

개방 첫해에 53만명, 이듬해 100만명이 찾으며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청남대 방문객은 점차 줄어 2009년 50만명대까지 다시 감소했다. 이후 충북도는 청남대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규제 등 한계에 부딪혀 매년 30억~50억원 운영 적자를 내고 있다.

방문객들도 “청남대는 꼭 가볼 만한 곳이지만 다시 찾기엔 망설여진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시설 확충과 서비스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옛 명성 되찾자”…청남대 살리기 나선 충북도

“한 번은 가도 두 번을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청남대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먹거리도 없고, 마땅히 쉴만한 장소도 없기 때문이다.

개방 20주년을 맞은 충북도는 두 팔 걷고 나섰다. 도는 지난해 12월 문화·관광·마케팅·건축·환경 분야 전문가 11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발전 과제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올해 변화한 청남대의 모습에 관람객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도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주차공간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 우선 주차예약제도를 폐지하고 기존 665대였던 주차공간을 1640대로 늘렸다.

또 대통령기념관 영빈관을 컨벤션 공간으로 꾸몄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코리아 유니크베뉴’ 공모 선정됐다.

20년간 방치된 경호·경비초소(벙커) 2곳도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 도는 커피자판기와 미술작품을 내걸어 ‘벙커갤러리’로 꾸몄다. 남은 90여개 벙커도 문화휴식 공간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특히 도는 개방 20주년을 맞아 최근 본관을 고쳐 숙박공간으로 전면 개방했다. 이미 많은 관람객이 이곳에 머물렀으며, 연말까지 130명이 넘는 이용객이 숙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남대 벙커 갤러리 개관식에서 음료 시식하는 김영환 충북지사. /뉴스1

◇권위주의 상징 대통령 별장… 치유와 힐링 교육 공간으로 인기

도는 본관 객실을 활용해 치유와 힐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역사와 힐링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또 자연 속에서 풀고 스트레스를 날리며 가족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특히 대통령별장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청남대의 유래와 변화에 대한 역사교육, 관광안내사와 함께하는 청남대 관람, 별빛 야행, 힐링교육으로 요가와 웃음치료, 다도, 홈바리스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일상의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효와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으로 재방문을 희망하는 참여자도 늘고 있다. 올해 17회차까지 예정된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지난 9월 교육생 모집공고에서 모두 신청이 마감되는 등 관심과 참여도가 뜨겁다.

한 참가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프로그램도 알차고 재밌다”며 “역사적인 대통령별장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고,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는 내년부터 청남대 본관(9개 실)과 함께 경호실장동(6개 실)까지 추가로 교육에 사용할 예정이다.

김종기 청남대소장은 “청남대 치유와 힐링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모든 분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가기를 바란다”며 “12월 공개하는 경호실장동과 더불어 청남대 치유와 힐링 교육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