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지난 2021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청주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충북동지회’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을 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았던 ‘범죄단체 조직죄’가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전고법 청주 제1형사부(박은영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북동지회 위원장 손 모(50대)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조직원 2명도 각각 징역 12년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받았다.

손씨 등은 2017년 북한문화교류국 공작원 지령에 따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손씨를 위원장으로 하고, 고문과 부위원장, 연락 담당으로 역할을 나눠 지령문과 보고문 수십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북측과 주고받으며 국가 기밀·국내 정세 등을 탐지·유출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들은 또 공작금으로 미화 2만 달러를 수수하고, 충북 도내에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펼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범죄단체를 결성해 북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이들에게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범죄단체 구성혐의에 대해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충북동지회가 실질적으로 범죄단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통솔 체계도 없고 구성원도 사적 관계에 있던 4명이 전부일 뿐 더는 늘어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심에서 무죄로 인정한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혐의에 대해선 손씨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원들의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들이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중국과 캄보디아가 반국가 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죄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잠입 출발지 또는 탈출 목적지나 반국가 단체 지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잠입 또는 탈출의 목적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은 확립된 법리”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이며 그 위험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피고인들의 행위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점,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