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차량 운전자(사진 왼쪽)와 동승자(오른쪽). /연합뉴스

치킨 배달 중이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해 당시 차량 운전자가 법정에서 동승자의 지시에 따라 운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여·34)씨가 나왔다.

A씨는 동승자 B(47)씨의 변호인이 “B씨가 운전하라고 시킨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네”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언제 했느냐”는 B씨 변호인의 질문에는 “차 안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차 안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B씨가 ‘편의점 앞까지 가자’고 해 운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편의점 앞에서 잠시 멈추자 더 가라는 듯) 앞을 향해 손짓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사고 당시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A씨가 운전하던 벤츠 차량이 편의점을 지나 우회전한 후 중앙선을 침범하고 마주오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치킨 배달 중이던 C(54)씨가 숨졌다. 영상을 지켜본 A씨는 법정에서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법정에는 C씨 측 변호인 2명도 나왔다. 김 판사는 C씨 측 변호인들에게 “합의할 여지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들은 “오늘 B씨의 주장을 들으니 잘못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진정한 사죄가 전제되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B씨의 변호인은 “사고 책임에 대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면서 “피해자 측과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2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9월9일 0시52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가던 C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였다.

동승자인 B씨는 A씨가 차량 운전석에 탈 수 있도록 자신의 회사 소유인 벤츠 차량의 문을 열어주는 등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교사한 것으로 판단, 두 사람 모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B씨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