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가 무안 전남도청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민선 8기 전남 도정(道政)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중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김 지사는“해상풍력, 에너지, 바이오, 우주·항공,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신산업을 키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김영록(67) 전남지사는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중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 당선인 5명 중 ‘맏형’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지난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해 기쁨을 표현하기도 어려운 처지”라며 “다만 전국 최고 투표율(58.5%)을 보여준 전남도민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민선 8기에는 해상풍력, 에너지, 바이오, 우주·항공,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신산업을 키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광주광역시와 협력해 전남에 ‘첨단 반도체 특화 단지’ 유치를 추진하겠다”며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지방대학에도 반도체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또 “최근 선포식을 연 ‘2022·2023 전남 방문의 해’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연간 ‘1억명 관광객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전남 강진·완도군수, 전남도 행정부지사, 국회의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75.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는 “지역과 중앙 행정·정치 무대를 두루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힘이 되어주는 도지사’ ‘일 잘하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했다.

-취임 5년 차가 된다. 재선 임기 중 핵심 정책은 뭔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 경제가 산다. 전남에선 해상풍력, 에너지, 바이오, 우주·항공,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신산업을 키워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인접한 광주광역시와 협력해 1000만㎡ 규모 ‘첨단 반도체 특화 단지’를 만드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 8기와 맞먹는 8.2기가와트(GW) 신안 해상풍력 발전 단지, 글로벌 데이터 산업도 키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

-새 정부 출범으로 신안 해상풍력 발전 단지 사업은 동력을 상실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새 정부도 신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를 거론했다. 추진은 문제없다. 사실 우리는 일자리 때문에 해상풍력 사업이 필요하다. 조선업과 산업 구조가 비슷한 해상풍력 단지를 유치해 서남권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안 부근에 8.2GW 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면 유지 보수, 발전단지 개발, 부품 생산, 건설, 운송 등 직간접 일자리 약 12만개가 나온다.”

-첨단 반도체 특화 단지를 광주와 공동으로 유치하는 것은 가능한가.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서울~광주, 서울~목포, 서울~부산은 근거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중국은 자동차로 3시간 거리면 한 동네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방에도 반도체 공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수도권에만 만들 게 아니라 설립에 시간이 걸려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면 전남 등 지방에도 반도체 공장을 만들 수 있다. 전남도는 지역 반도체 산업을 짜임새 있게 키우기 위해 광주와 함께 공동으로 기획 용역을 추진할 것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은 시급한 과제다. 지방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정원을 늘려야 한다.”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전남 방문의 해’를 추진한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전남도를 찾은 연간 관광객은 6300만명이었다. 전남의 해양 관광 자원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코로나가 종식 단계라 하룻밤 머무르는 체류형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2년간 전남 방문의 해 행사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선포식도 최근 열었다. 전남에는 고급 숙박 시설이 대폭 늘었다. 올해는 지역의 다양한 축제도 다시 시작된다. 연간 국내 관광객 1억명, 해외 관광객 300만명 시대를 열겠다.”

-선거 때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공공 의료 확충과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립 의과대학이 필요하다. 국립 의과대학 설립은 지역의 30년 숙원 사업이다. 전남에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중증·응급 환자를 위한 상급 종합병원이 없다. 국립 의과대학은 전체 공공 의료를 진두지휘하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경북의 경우 사립 의과대학이 있다. 가능하다면 경북과 손을 잡고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

-광주공항 옆 군 공항을 전남으로 이전하는 문제가 답보 상태다.

“군 공항 이전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국가 현안이다. 지자체가 아닌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의 수용성이 확보돼야 한다. 정부는 이전 비용이 포함된 4300억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요즘 다리 하나 만드는 데 2000억~3000억원이 필요하다. 4300억원이면 이전과 지역 발전 사업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획기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어느 지자체가 기피 시설을 받겠나.”

-민선 7기 때 기대를 모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실패했다.

“2년 전 에너지 분야와 신약 개발에 필수 장비인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초강력 레이저 연구 시설’ 유치를 추진하겠다. 전남 나주에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있고, 광주에는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이 있다. 산학연 연계가 가능하다. 광주 광산업 단지와 연결해 ‘레이저 신산업’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전남이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 시설이 전남에 들어서면 에너지·반도체·신소재·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고용 창출 효과도 5000명에 달할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는데.

“민주당이 참패한 마당에 재선됐다고 기쁘게 ‘저 당선됐어요’라고 못 하겠더라. 패배한 이유는 여론조사와 여러 전문가의 분석에 나와 있다.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실패를 분석하고 정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지방선거를 치른 점이 문제였다. 앞으로 민주당은 난제로 얽힌 지역 문제 등을 다른 당보다 절실하게 고민하고 풀어야 전국적인 지지를 회복할 것이다.”

/무안= 조홍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