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효자동 대한방직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높이 470m 초고층 타워(가운데)와 아파트, 쇼핑몰, 공원 등의 조감도. 현재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위해 건물 21개 동에 대한 철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시 옛 대한방직 폐공장 부지에 높이 470m 초고층 타워를 건립하는 사업이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이 사업은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전주 발전을 위한 규제 혁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석면 등 유해 물질로 시민의 건강을 위협해온 옛 대한방직 폐공장 철거를 시작으로 민간 투자자와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공식화했다. 앞서 우 시장은 취임 한 달 만인 작년 8월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업체 대표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우 시장은 당시 “민간이 개발하겠다는데 행정이 이를 막을 이유가 없으며, 초고층 타워를 세워 호남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우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방직 폐공장 철거 착공식도 열리면서 본격적인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5일 전주시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 등의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자광은 올해 말까지 60억원을 들여 전주시 효자동 대한방직 부지 내 21개 건물 전부를 철거할 예정이다. 앞서 자광은 지난 2017년 초고층 타워와 쇼핑몰, 아파트 건립을 위해 대한방직 부지 21만6000㎡(약 6만5000평)를 1980억원에 매입했다.

대한방직 전주공장은 1975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도심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일대가 2000년대 중반 서부 신시가지로 개발되며 전북도청, 전북경찰청과 접한 ‘노른자위 땅’이 됐다. 하지만 한동안 개발이 되지 않아 신도심 한복판에 폐공장이 방치되면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방직 부지에 있는 건물 상당수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뒤덮여 1급 발암 물질인 석면 노출 우려도 컸다.

이에 부지 매입을 마친 자광은 지난 2018년 대한방직 자리에 143층 타워와 3000가구의 아파트, 쇼핑몰과 컨벤션·호텔, 공원 등을 짓는 2조원 규모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전주에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에 대규모 쇼핑 시설과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은 지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광은 이 같은 계획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서를 전주시에 제출했지만, 당시 시는 “교통과 환경문제 등으로 도시 기본 계획에 맞지 않는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전주시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보고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꾸렸고,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021년 2월 전체 부지의 40%를 개발 이익으로 환수하는 내용의 권고문을 냈다. 이후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우범기 시장이 취임한 뒤 대한방직 부지에 대한 개발 의지를 강조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우 시장은 개발 이익 환수 문제와 소상공인 상생 방안 마련, 지역 건설 업체들의 참여 등에 대해 의견 일치가 이뤄지면 신속히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역 주민들도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전주 효자동에 사는 이모(49)씨는 “대한방직 개발은 전주권에 모처럼 만에 찾아온 호재”라며 “아파트와 함께 초고층 타워, 대형 쇼핑몰까지 더해지면 부동산 침체기에도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발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기본 계획을 변경하고 도시 계획 심의, 각종 인허가, 시민 의견 수렴, 교통 영향평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시민 단체 및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은 “470m 초고층 타워는 아파트와 상업 시설을 짓기 위한 미끼 상품에 불과하며, 결국엔 공업 지역인 대한방직 부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해 개발 회사가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라며 “시세 차익에 따른 개발 이익 환수 방안도 시민 눈높이에 맞게 내놓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