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등에서 열리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국가정원식물원(위)’과 ‘시크릿가든’ 조감도. 두 시설은 S자 모양의 스카이워크(상부 통행로)로 연결된다. 전남도와 순천시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국제정원박람회다. /순천시

지난달 30일 전남 순천시 풍덕동 동천 옆 ‘저류지(貯溜池) 공원’. 파릇한 사철 잔디 식재(植栽)가 한창이었다. 순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50억원을 들여 24만5000㎡ 저류지를 공원으로 만들고 있다. 과거 이 지역의 지명인 ‘오천’을 따 ‘오천그린광장’으로 이름 지었다. 축구장 12개 면적(10만㎡)에 달하는 잔디광장이 눈길을 끌었다. 높이 10m쯤 되는 오천언덕 2개와 바닥분수, 국내 최대 길이(1.2㎞)를 자랑하는 ‘마로니에(가로수 종류) 길’, 2㎞ 길이의 맨발로 걷는 ‘어싱(earthing) 길’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85%로 2월 말이면 완성하고, 시범 운영을 거쳐 4월 초 무료로 개방한다.

순천 저류지는 홍수 때 넘친 물을 저장고처럼 가둬 재해를 예방하는 시설이다. 100년 빈도의 홍수도 버틸 수 있게 설계했다. 11년 전 상습 침수 지역인 동천 주변 농경지를 평균 2m 이상 깊이로 파 저류지로 만들었다. 11년 만에 공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백운석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운영본부장은 “전국 72개 저류지 중 공원으로 만든 곳은 순천이 유일하다”며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면 그 물을 모아 가두는 저류지 기능을 유지하는 국내 첫 공원”이라고 말했다.

◇14국 참가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4월 개최

전남도와 순천시는 오는 4월 1일~10월 31일 7개월간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국제정원박람회다. 정부와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가 공인한 국제 행사다. 네덜란드·일본·스페인 등 14국이 참가해 자국의 정원과 전통 공연 등을 선보인다. 예상 관람객은 800만명이다. 국내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과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 습지’, 순천 도심을 관통하는 동천의 둔치공원 등에서 열린다.

순천시가 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만들고 있는 풍덕동 동천 옆 ‘저류지 공원(오천그린광장)’ 모습. /김영근 기자

박람회장 면적은 193만㎡(축구장 234개 크기)로 1회 때보다 2배가량 넓어졌다. 현재 박람회장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고 국제정원 등을 조성하고 있다. 새롭게 심거나 기존에 식재한 꽃은 튤립·루피너스·물망초 등 120종 250만여 뿌리, 나무는 팽나무·목련·왕버들 등 446종 82만8700여 그루에 달한다. 최덕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 총감독은 “박람회 핵심 장소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오천그린광장”이라며 “이 저류지 공원 맞은편 ‘물 위의 정원(2500㎡)’에서 개막 행사를 연다”고 말했다.

박람회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콘텐츠도 늘었다. 저류지 공원 바로 옆 왕복 4차로 둑길 아스팔트는 사철 잔디를 깔아 길이 1.03㎞의 ‘그린아일랜드’라는 산책로로 만들었다. 동천 바닥 흙을 걷어낸 뒤 박람회장 호수정원과 동천테라스 사이 2.5㎞를 오가는 유람선도 신규로 운영한다. 박람회장에서 호텔음식을 즐기며 하룻밤을 지내는 ‘가든스테이’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태양광 채광 기술을 적용한 지하정원 ‘시크릿 가든’, 다양한 식물을 전시한 ‘국가정원식물원’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순천은 10년 전 국내 첫 정원박람회를 치르면서 ‘정원 도시’가 됐다.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정원 134개가 생겼다. 산림청이 지정한 국내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 부지의 가치는 2013년 2455억원에서 2019년 6조1007억원으로 무려 25배 늘어났다. 정부는 관련 법을 토대로 해마다 국비 40억원을 순천 국가정원 운영비로 지원한다. 한해 국가정원 운영비는 200억원이다. 순천시는 매년 400만~500만명의 방문객 관람료와 관람차 수입 등으로 나머지 운영비 160억원을 충당하고 있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순천을 벤치마킹하며 국가정원 지정에 나서고 있다. 2015년 순천만국가정원 탄생 이후 2019년 울산 태화강 수변 생태 공원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현재 강원 강릉, 대전, 충북 충주 등 전국 20여 지자체가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국제정원박람회는 자연과 도심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는 행사”라며 “두 번째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시는 남해안의 관광 중심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은 ‘전남 방문의 해’…국제 행사 잇따라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한국 방문의 해’이면서 전남도가 공표한 ‘전남 방문의 해’이다. 전남도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비롯해 다양한 국내외 행사를 잇달아 연다. 29회째를 맞은 남도음식문화큰잔치는 올해 처음 국제행사로 확대해 오는 10월 6~8일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연다.

또 ‘2023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수묵 본향(本鄕) 전남 진도군과 목포시 일원에서 9월 1일~10월 31일 두 달간 개최한다. 수묵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국제 미술행사로 10국 160여 명의 유명 작가가 전통과 현대 수묵이 조화된 작품을 선보인다. ‘2023국제농업박람회는’ 10월 12~22일 11일간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일원에서 열린다. 제104회 전국체전도 올해 10월 13~19일 목포 종합경기장 등 전남에서 개최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5년 만에 전남에서 개최하는 전국체전을 전남도 방문의 해를 맞이해 열게 돼 더욱 뜻깊다”고 했다.

/순천=조홍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