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특전사 예비역 단체 ‘특전사 동지회’ 회원과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배하고 있다. 1980년 5·18 때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 관련 단체가 5·18 묘지를 참배한 것은 43년 만에 처음이다. /5·18묘지관리사무소

5·18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투입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예비역 단체 ‘특전사 동지회’가 19일 5·18 관련 단체와 함께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특전사 단체가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은 1980년 5·18 발생 이후 43년 만이다. 이들은 이날 ‘포용·화해 대국민 공동선언식’도 열었다. 앞서 지난달 17일 5·18 관련 단체가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5·18 때 순직한 특전사·경찰 묘역을 참배한 데 화답해 특전사 단체가 광주를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5·18 관련 단체와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진상 규명과 사과가 먼저”라며 이날 행사에 반발해 몸싸움도 벌어졌다.

5·18부상자회 황일봉 회장과 5·18공로자회 정성국 회장, 특전사 동지회 집행부 등 2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법적 대표성을 지닌 공법 단체다. 3개 공법 단체 중 5·18 유족회는 불참했다. 이들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공식 참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배를 반대하며 ‘저지 집회’를 예고하자 충돌을 피해 이른 시각에 묘지를 찾았다. 특전사 예비역들은 군복 차림으로 추모탑 앞에서 참배했다. 이들은 5·18 희생자가 안장된 묘역을 둘러보지 않고 5분여 만에 참배를 마쳤다. 최익봉 특전사 동지회 총재는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성숙한 민주주의가 없었을 것”이라며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같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이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로 이동해 오전 11시쯤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공동선언식에는 특전사 동지회 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5·18은 대한민국 역사와 민주주의 변천 과정에서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은 엄정한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군인의 신분으로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며 “이들도 오랜 정신적·육체적 아픔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가해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양측은 행동강령을 통해 5·18 정신이 계승·발전하도록 서로 협력하고 화해와 용서를 실천하기로 했다. 또 5·18 단체와 특전사 동지회가 매년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5·18 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하는 행사를 정례화하기로 약속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용서하고 화해해 슬픔보다는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 1시간 전부터 5·18 유족회와 오월어머니집,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광주의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 명이 행사장 앞에서 행사 개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진정한 사과가 먼저다” “가해자를 앞세운 정치 쇼를 반대한다”고 외치며 행사 개최에 항의했다. 또 특전사 동지회 회원들이 행사장으로 입장하려 하자 이를 막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