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 옛 ‘알뜨르 비행장’ 부지에 남아있는 반원형의 시설들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가 만든 비행기 격납고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중국 폭격 전초기지로 활용된 제주도 서귀포시 알뜨르 비행장을 ‘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된 지 18년 만에 탄력을 받게 됐다.

2일 제주도에 따르면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알뜨르 비행장에 군사작전 수행에 제한이 없는 경우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영구 시설물 축조가 가능해졌다. 또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에 필요한 국유재산(알뜨르 비행장)을 무상 사용하도록 했다. 알뜨르 비행장 국유지를 10년 이내 제주도가 무상 사용하고, 허가 기간이 끝난 경우 10년의 범위에서 종전의 사용 허가를 갱신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알뜨르 비행장을 중심으로 한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조성이 시작돼 1945년까지 사용됐다. ‘알뜨르’는 아래쪽 벌판이라는 의미의 제주 사투리다. 당시 주민의 농지를 강제 수용해 만들어졌다. 활주로 길이는 1400m, 폭 70m 규모다.

1937년 중일 전쟁 당시에는 일본의 중국 폭격 발진기지로 사용됐고, 1945년 태평양전쟁 막바지에는 일본 본토 사수를 위한 결호작전의 7호 작전의 군수 시설 중 하나였다. 현재도 알뜨르 비행장에는 활주로 일부와 10여 개의 일본군 비행기 격납고가 곳곳에 남아 있다.

2005년 제주도가 세계평화의섬으로 지정된 뒤 ‘알뜨르 비행장’이 있는 모슬포 전적지(戰跡地) 일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제주평화대공원 기본계획은 나왔지만, 부지를 소유한 국방부와의 이견으로 장기간 미뤄져 왔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다. 제주평화대공원에는 평화전시관과 평화의 광장, 생명의 광장 등이 조성된다. 비행기 격납고 등은 문화재로 보존된다. 평화전시관은 전시·공연시설, 회의시설, 판매시설, 공용시설 등으로 계획됐다.

평화의 광장은 관람로 중심부에 평화를 상징하는 야외 광장으로 계획됐다. 야외 공연과 관람 시설도 평화의 광장에 들어선다. 평화의 광장에는 빛의 풍경, 바람의 풍경 등을 테마로 한 조경 시설이 배치된다.

알뜨르 비행장 인근에 있는 일제동굴 및 고사포진지, 마라도 해양도립공원, 송악산 등을 연계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주연구원은 사업 기간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571억2700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