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서울 중구는 도심 지역이지만 인구 12만명으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적다. 남산을 끼고 있고 다산 성곽 등 문화재가 많아 규제가 겹겹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김길성(57) 중구청장은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수십년간 규제에 가로막혔던 중구는 낡은 건물과 길이 그대로 있어 불편한 게 많다”며 “남산 고도 제한을 완화해 얇고 높은 건물을 지어 남산의 경관을 보전하면서도 살기 좋은 도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운지구 재정비가 끝나면 중구는 빌딩 숲과 녹지가 어우러진 ‘한국의 맨해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용인도시공사 사장 등을 지내고 작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처음 당선됐다.

-중구는 도심이지만 낙후한 곳이 많은데.

“지하철 신당역~버티고개역 사이 2.8㎞ 남짓한 다산로 일대에 구민 70%가 모여 사는데 30년 이상 노후 주택 비율이 65.1%나 된다. 골목길은 개미굴처럼 복잡하고 65세 이상 노인 주민이 많다. 세운지구는 노후 목조건물 비율이 64%다. 도로와 접하지 않아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토지는 36%에 달한다. 그동안 중구 여러 지역이 고도지구, 자연경관지구,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 등으로 지정돼 있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자연 경관과 문화재 보존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도시의 성장을 막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규제를 완화해 살기 좋은 생활 환경으로 바꾸려고 한다.”

-남산 고도 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1995년 지정된 남산고도지구 전체 242만㎡ 중 111만㎡가 중구에 속한다. 회현동, 장충동 등 5개 동 주민 약 3만명이 영향을 받는다. 고도지구에는 지을 수 있는 건물 높이가 12∼20m로 제한되고 있다. 이 때문에 2~3층짜리 낮은 건물이 대부분이고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도 88.5% 이상 된다. 고도 제한을 완화하고 얇고 높은 건물 사이로 남산이 보이게 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고도 제한 완화와 관련해 주민 여론을 수렴하는 ‘남산 고도 제한 완화 주민협의체’ 구성 작업도 시작했다.”

-세운지구는 재개발을 통해 어떻게 바뀌나.

“세운지구는 10년 이상 재개발이 지연됐다. 서울시는 세운지구의 용적률을 높여 최고 40층의 높은 건물이 들어서도록 하고 건물 사이에는 녹지를 둬 직장과 주거지, 공원이 모두 있는 도심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개발이 끝나면 중구 인구도 많이 늘 것이다. 세운지구에 들어선 새 아파트에 이달 말 약 1600가구가 입주한다. 이들을 위한 환영회를 열 예정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명동 등 도심을 찾는 관광객이 많이 줄었는데.

“명동은 과거 화장품 가게 위주였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경복궁 근정전 모양으로 만든 술집, 명동성당에 생긴 카페 등이 새로운 명소가 됐다. 남산~청계천~동대문~국립극장을 잇는 보행로를 정비해 도보 관광이 가능하도록 하고 다양한 관광 코스를 만들겠다. 오는 10월에는 ‘정동야행’ 축제 등도 열어 관광객이 중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