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 5구역 건축물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중구의 이른바 ‘세운상가 개발 사업’이 첫 시작을 알린다. 서울시는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5구역 안에 37층 규모의 업무시설과 함께 800여 평의 녹지 공간을 조성한다고 6일 밝혔다. 높이 규제를 풀어 낡은 상가 구역에 초고층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대신, 공공 녹지를 늘리는 ‘세운지구 녹지 도심 개발’의 첫 사업이다.

서울시는 이날 세운지구 가운데 청계천변에 있는 5구역 일부에 대한 개발 계획안을 발표했다. 쪼개져 있는 5-1 구역과 5-3 구역을 합쳐 사업 부지를 넓히고 그 부지의 42%를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녹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녹지만 2685㎡(약 800평)로, 청계천과 바로 연결되는 공원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픽=이지원

대신 용도지역을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 조정해 건물을 최고 170m까지 지을 수 있게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고 37층 안팎의 건물이 지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부채납을 통해 본건물 바로 옆에 기존 세운지구 상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16층짜리 상가 건물도 짓는다.

한편 이 건물 최상층에는 남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어 시민에게 개방한다. 1층 로비는 층고를 4개 층 높이로 만들고,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세운지구 개발 사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 주변으로 낙후된 지역을 차례로 개발하는 것이다. 1967년 세운상가를 시작으로 종로3가에서 퇴계로3가까지 약 1㎞ 구간에 현대, 청계, 대림, 삼풍, 진양상가 등이 차례로 지어졌다. 세운상가는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55년이 지난 지금 이 일대는 서울의 대표 도심 낙후 지역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06년 취임 후 첫 개발 사업으로 이곳을 지정했지만, 후임인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당시 박 시장은 낡은 상가를 보존하겠다며 세운상가 철거 계획을 철회했고, 1000억원을 들여 공중 보행로를 설치했다. 이 일대 건물 높이도 35층으로 제한했다. 2021년 다시 시장이 된 오 시장은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 종로2가부터 동대문까지 내려다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작년 10월 세운상가 주변을 ‘녹지 도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충분한 녹지를 만들면 파격적으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서울시는 서울 종묘와 퇴계로 일대에 축구장 약 20개에 이르는 14만㎡의 녹지를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