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인성

주차장을 운영하는 재력가 행세를 하며 피해자를 속이고 결혼한 뒤, 투자 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겨 잠적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결혼식부터 신혼집까지 이 남성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부산진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40대)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결혼한 B(40대)씨와 그 가족으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5억4700만원을 챙겨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 A씨는 B씨와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모두 거짓으로 포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9월쯤 부산의 한 주차장에서 B씨를 우연히 만났다. 당시 A씨는 이 주차장에 근무하는 직원이었고, B씨는 주차장에 월주차를 하고 있던 고객이었다. 하지만 A씨는 B씨에게 자신을 사업가로 소개하고, 해당 주차장과 부산의 한 건물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것이며 재력가 행세를 했다.

두 사람은 작년 11월부터 연애를 하게 됐고, 지난 9월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A씨는 결혼식 보름 후 혼인신고를 앞두고 집을 나선 뒤 그대로 사라졌다.

B씨는 이후 A씨가 했던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결혼식장에 참석한 신랑 부모는 물론 하객 모두 대행업체 소속 아르바이트생으로 가짜였다. 신혼집으로 구매했다던 아파트도 월세였다. 두 사람이 만났던 주차장도 A씨 소유가 아니었다.

평소 A씨는 B씨와 B씨 가족들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총 5억4700만원 가량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잠적한 A씨를 추적 끝에 제주도에서 체포했다. A씨가 과거 사기 범행 때 “제주도에 땅이 있다”고 한 전력을 토대로 뒤를 쫓았다.

수사 결과 A씨 사기 범행은 한 두건이 아니었다. 과거에도 항공사 부기장 행세를 하며 여성을 상대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전력이 있었다. 자신이 UDT출신이라거나, 천안함 사고 당시 수색작업을 했다는 등 평소 거짓이 탄로가 났다. B씨로부터 뜯어낸 돈은 대부분 다른 사기 범행을 위한 품위유지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특별한 직업이나 주거지 없이 여러 건의 사기 범행으로 고소·고발돼 있었다”며 “본인은 현재 범행과 관련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드러난 증거나 피해자들의 진술, 과거 전력 등을 종합해 법원에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