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빠진 차량에서 일가족 3명을 구한 김기문씨.

“위험한 것도 모르고 먼저 몸이 반응했습니다.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죠.”

농수로에 차량이 굴러 떨어져 일가족 3명이 물 속에 꼼짝없이 갇힌 위기의 순간, 주변에 있던 시민이 이들 일가족을 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가족을 구조한 시민은 하반신 장애에도 물 속에 몸을 던져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지난 21일 낮 12시29분쯤 경남 김해시 화목동 봉곡천 옆 둑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김기문(57)씨는 무언가 물에 크게 빠지는 소리를 듣고 놀라 주위를 살폈다. SUV 차량이 봉곡천 옆 농로에 굴러 떨어져 뒤집힌 채 물 속에 빠져 있었다.

당시 이 SUV 차량은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에 길을 양보하려 도로 가장자리로 비켜서다 3m 아래 농수로로 빠졌다. 물은 1m50㎝로 깊진 않았지만, 차량이 뒤집힌 탓에 물 수압으로 안에서 차문을 열기 힘든 상태였다.

지난 21일 김해 봉곡천에 빠진 승용차. /경남경찰청

현장을 보던 김씨는 그대로 물 속에 뛰어들었다. 김씨의 키는 160㎝ 정도. 물에 들어가자 가슴 높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김씨는 함께 낚시를 하던 지인들의 도움으로 운전석을 찾아갔다. 흙탕물로 변한 탓에 차문이 보이지 않아 손을 휘저어 손잡이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손을 뻗으니 사람의 몸이 손에 잡혔다. 김씨는 그대로 옷깃을 잡아당겨 운전자 A씨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다. 구조된 A씨는 곧장 “차 뒷좌석에 2명이 더 있다”고 김씨에게 말했다.

김씨는 다시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문 손잡이를 찾아 문을 열었다. 여성의 머리카락이 보였고, 그대로 목을 감아 끌어 올렸다. A씨의 부인이었다. A씨 부인은 나오자 마자 숨을 헐떡이며 “아들, 아들이 차에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손을 뻗었지만 아들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김씨가 반대편 뒷좌석 쪽으로 옮기는 찰나 차량 뒷좌석에 있던 아들도 차량에 빠져 나왔다. 이 모든게 약 2~3분 찰나 이뤄졌다.

이들 가족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 받은 후엔 다시 현장으로 와 김씨에게 수차례 감사인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 속에 빠진 차량에서 일가족 3명을 구한 김기문씨.

이날 거침없이 물에 들어간 김씨는 하반신 장애를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다니던 직장에서 기계에 끼어 몸 외상은 물론 장까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현재 인공 항문을 달고 생활한다. 이후 수년간 숱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반복했다. 지금은 평소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해도 비장애인도 힘든 물 속에서 누군가를 구조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물이 차오르는 차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안에서 문을 열기가 쉽지않아 위험했던 상황으로 보인다”며 “누군가 곧바로 구조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가족을 구한 김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김씨는 “뒤집힌 차량을 보자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두렵거나 위험하단 생각은 못했다”면서 “나중에 이 사실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다가 한 소리 들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나도 큰 사고를 당해봤기 때문에 더더욱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와야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사고 이후 오래 쉬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