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18일 오후 마이무나 모드 샤리프 UN해비타트 사무총장(화상 화면 맨 오른쪽), 마크 콜린스 첸 오셔닉스 대표 등과 화상회의를 갖고 '해상도시 시범모델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부산시

부산시와 UN해비타트(HABITAT)가 추진 중인 세계 첫 ‘UN해상도시’ 건설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 해상도시 건설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도시가 물에 잠기고 그에 따라 난민이 대거 발생하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라 불리기도 한다.

부산시는 “UN해비타트, 미국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 등과 지난 18일 오후 세계 최초의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추진을 위한 ‘해상도시 시범모델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체결식에선 박형준 부산시장과 마이무나 모드 샤리프(Maimunah Mohd Sharif) 유엔 해비타트 사무총장, 마크 콜린스 첸(Marc Collins Chen) 오셔닉스 최고경영자가 각각 부산, 케냐 나이로비, 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참석,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부산에 조성될 UN해상도시 구상도./부산시

이날 양해각서 체결은 지난 8월 5일 빅터 키솝(Victor Kisop) UN해비타트(HABITAT) 부사무총장이 화상회의를 통해 “기후 위기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해상도시 건설에 부산이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고 박형준 시장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함에 따라 이뤄졌다.

이 UN해상도시 건설은 세계 도시 정책을 관장하는 최고 기구인 ‘유엔 해비타트’와 해상도시 개발기업 ‘오셔닉스’ 측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해안 침식과 홍수 등으로 입을 주택과 기반시설 파괴의 피해에 대비,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UN해비타트 연구에 따르면 지구 해안지대에는 전 세계 인구의 30%인 24억명이 살고 있고, 향후 급격한 기후 변동에 따라 수백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산에 조성될 UN해상도시 상상도./부산시

부산시 임경모 도시계획실장은 “UN이 미래의 이런 위험에 대비,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류의 피난처로서 ‘해상도시’를 시범적으로 조성해보려 하는 것”이라며 “부산이 그 첫 대상지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선택됐다”고 말했다.

이 해상도시는 정육각형 모양의 유닛(생활공간)을 수십 개 만들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수심 10m 이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조성한다. 섬 밑에는 바닷물의 광물질을 입힌 친환경 철근 구조물인 ‘바이오 록(Bio-rock)’을 설치해 일상적 높은 파도나 태풍 등에 견딜 수 있게 설계한다. 해일이나 초대형 태풍 내습 등 유사시에는 각 유닛 별로 떼내 안전한 곳으로 피항할 수도 있다.

부산에 건설되는 해상도시는 면적 1만8000㎡ 규모다. 지름 160m의 원형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300명이 거주할 수 있다. 일단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로 계획된 북항재개발지 안 부산항 자성대 부두 앞바다가 유력할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임 도시계획실장은 “UN해비타트 등에 따르면 사업비는 2억 달러쯤(2200억~2400억원)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부산에 조성될 UN해상도시 하부 상상도./부산시

이같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에 대비한 해상도시 건설은 미국(시스테딩 부유섬), 벨기에(릴리패드), 네덜란드(마린 인공도시) 등에서도 추진 중이나 실제 가시화하고 있는 사례는 이번 부산의 ‘UN해상도시’가 유일하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UN해상도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와 물, 식량 등을 자급자족하면서 폐수 등으로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자원을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갖춘다.

부산시는 “해양생태계 오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기술로 세워지면서 풍력과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를 조달하고 바닷물을 음용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와 어류·해조류 양식 및 수경재배 등을 활용한 식량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선진 환경 친화 기술들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양해각서를 통해 부산시는 사업추진 행정 지원을 맡고, UN해비타트는 국제기구로서 역할을 이용한 시범모델사업 지원을, 오셔닉스는 타당성 조사와 입지 분석, 사업 홍보 등 사업시행자 역할 등을 각각 맡기로 했다. 부산시 측은 “사업비 조달 등은 오셔닉스에서 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조성될 UN해상도시 상상도./부산시

앞으로 오셔닉스 측이 부산을 방문, 다음 달 쯤부터 타당성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협의체를 구성한 뒤 내년 4월쯤 UN 뉴욕본부에서 열리는 UN해비타트 고위급 회의에서 이 해상도시 건설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와 전문가 협의체 논의, UN해비타트 고위급 회의 등 절차가 남아 있으나 부산UN해상도시 건설이 결정될 경우 2030년 이전엔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시장은 “UN해상도시는 기후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인류를 위한 기여를 한다는 대의 외에도 산학협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조선·플랜트 산업 분야 경기 부양, 해상도시 설계 및 성능 시험과 ICT 융합 첨단방재기술, 세계 최초 해상도시 건설의 ‘퍼스트 무버(Fist Mover)’란 자산 보유 등 부산에 엄청난 선물을 주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