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문관 앞에서 한 학생이 교육부의 ‘2023 글로컬 대학’ 지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대

지난달 30일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문관에 “부산대 중흥 시대 이미 시작됐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대학본부 앞에도 동문회·교직원 등이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1946년 해방 이후 궁핍하던 시절 부산·경남 시민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우리 대학이 부산교대와 함께 교육부의 ‘글로벌 대학′에 선정돼 ‘부산대 중흥 시대’를 열게 됐다”고 했다.

죽어가는 지방대를 살리고, 경쟁력 있는 거점 대학을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1000~1500억원을 지원하는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에 영남 지역 대학 7곳이 선정됐다. 일곱 대학은 부산대·부산교육대(이하 부산교대), 경상국립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포스텍(포항공과대) 등은 지난 달 13일 선정 이후 들뜬 분위기 속에 사업 착수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부산대와 부산교육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통합을 전제로 신청해 뽑혔다. 교육부 입장에선 5곳을 선정한 셈이다. 단독으로 신청한 곳은 1000억원, 통합을 조건으로 신청한 곳은 1500억원을 지원받는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글로컬 대학 지정 하루 만인 지난달 14일 두 대학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20일 첫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통합 후 행정조직과 재정, 캠퍼스 운영계획, 학사제도 등을 논의했다. 두 대학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는 내년 4월까지 통합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부산대·부산교대는 부산대 장전·양산(경남)캠퍼스, 부산교대 연제캠퍼스, 신도시인 강서구 에코델타·명지와 해운대구 센텀2지구 등 3곳을 축으로 창의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와 연계해 ‘에듀테크 도시’ ‘스마트 시티 밀착형 의·생명 산업 선도 도시’ ‘전력 반도체·핀테크·ICT와 양자 기술 등 미래 산업 산학연 플랫폼 도시’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그래픽=김하경

울산대도 내년 초까지 교학부총장을 단장으로 글로컬대학추진단을 꾸린다. 울산시장과 대학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글로컬대학추진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울산대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차세대 이차전지, 탄소 중립, 의과학 분야 등 미래 신산업 대학원을 신설하고, 산업 단지 6곳에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캠퍼스를 조성한다. 조지운 울산대 교무처장은 “울산시와 기업,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상국립대는 경남도와 진주시의 특화 산업인 우주 항공과 방산 분야를 목표로 내걸었다. 우주 항공과 방위 산업의 집적지인 경남의 특성을 활용해 대학과 기업, 기관, 연구소 등 지역 협력 체계를 만들고, 교육과 취업, 정주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주항공대학을 신설하고, 대학원과 연구소 통합 조직인 경남형 우주 항공 방산과학기술원인 GADIST를 세운다.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대학과 무제한 편입학 등도 실시한다.

경북 안동대와 경북도립대 관계자들도 지난달 15일 안동대에서 모여 실행 계획 등을 논의했다. 안동대 이혁재 기획처장·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선정 후 첫 만남을 가졌고, 각 대학의 실행 방안 등을 검토해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두 대학은 ‘K인문 세계화’에 방점을 찍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됐다. 경북이 가진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학문으로 체계화해 세계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K인문 중심 융합 인재 육성을 위한 교원을 대폭 늘리고, K인문 콘텐츠를 육성할 K인문선도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경북도 산하 기관과도 협업해 백신 기술, 그린바이오, 헴프(대마)산업 등 지역 특화 분야에 필요한 인재 공급과 기술 역량을 갖추기로 했다.

포스텍은 ‘지역 집중’이 키워드다. ‘스케일업 그라운드’를 만들어 스타트업 기업에 공간을 내주는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첨단 기술 창업 최적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포스텍 교수들이 가진 특허 5000여 건을 풀어 지역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지역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교수들이 연구·개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이를 위해 대학이 2000억원을 자비로 더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