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에 적발된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일당의 임대차 계약서./부산경찰청

부산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가구 건물을 여러 채 사들인 뒤 100여명에게 전세사기 행각을 벌여 80여억원의 피해를 입힌 일당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공범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5년간 자기자본 8000만원에다 전세보증금·은행 담보 대출 등을 이용해 부산 연제구와 부산진구에서 총 124억원 상당의 다가구주택 4개동을 차례로 매입한 뒤 보증금 돌려막기를 하다 연쇄부도를 내 102명의 세입자들의 보증금 82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이 걸린 29억4000만원 상당의 첫 번째 건물을 13억원의 은행 담보대출을 끼고 매입해 부동산 활황 때 전세가를 부풀려 받은 뒤 은행 이자를 갚고 동시에 보증금과 담보 대출 등으로 다른 건물 3개동도 사들여 임대 규모를 늘리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이들은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계약이 끝난 다른 세입자에게 주는 보증금 돌려막기로 버티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전세보증금이 하락하자 연쇄 부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과 계약한 세입자는 총 102명으로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였고, 이들 세입자가 받지 못한 보증금 규모는 총 82억5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등이 전세 계약 시 임대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것처럼 속이거나 전세가 아닌 월세 계약을 맺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뒤 보증보험을 체결해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