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리간제 당시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서울에서 한·중 환경장관 연례 회의를 갖고 미세 먼지 대응에 협력하기로 하고 ‘청천(晴天·맑은 하늘) 계획’ 추진에 합의했다. 하지만, 1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11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공장 가동률 하락 등으로 지난 겨울 잠잠했던 중국발 미세 먼지의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양국 협력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가 뒤덮은 서울 하늘… 오늘도 전국 곳곳 '나쁨' - 16일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이다. 초미세 먼지와 안개로 시야가 뿌옇다. 오른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은 123층으로 국내 최고층 빌딩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7일까지 수도권·세종·충북·충남·대구에 미세 먼지‘나쁨’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련성 기자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청천 계획에서 합의됐던 주요 사업 9개가 모두 온라인 회의로 대체됐다. 코로나 상황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실무 차원에서 정책·기술 교류, 공동 연구, 기술 산업화 등 세 부문에서 추진하는 주요 사업 9개를 정했는데, 이 사업들이 모두 온라인으로 1회 개최되거나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지지부진했다. 지난 1년간 미세 먼지와 관련된 국장급 이상 양국 주요 회담은 여섯 차례였다. 두 번은 대면 회의였지만, 네 번은 온라인 회의였다.

한·중 과학자들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설치해 운영 중이던 한·중 환경 협력 센터도 확대하고 강화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역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센터에 근무하던 파견 연구진 4명이 코로나 여파로 모두 철수한 이후 온라인 회의만 진행됐다. 지난해 “한국의 초미세 먼지 32%가 중국발”이라는 결과를 냈던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도 중단된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올해는 상황상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中이 발뺌하는 중국산 미세먼지, 정부는 항의 한번 못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생태환경부와 ‘청천 계획’ 합의문에 서명한 후 관련해서 3개 분야 9가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9개 사업은 모두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되거나 취소됐다. ‘청천 계획’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던 한·중 전문가 교류마저 코로나 여파로 중단된 상황이다.

서울에 올겨울 첫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6일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 이와 관련된 안내 문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을 포함해 경기·충북·전북·충남 등에 미세 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7일까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미세 먼지 농도가 계속되다가 18일 비가 내리면서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또다시 고농도 미세 먼지 계절이 시작되면서 우리 정부가 좀 더 강하게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입장은 큰 변화가 없다. 환경부는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해명 자료를 내고 “국내 미세 먼지의 원인에 대해 중국 탓만 하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한·중 협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중 전문가·기술 교류 모두 코로나 핑계로 흐지부지

청천 계획은 ‘정책과 기술교류’ ‘공동 연구’ ‘기술 산업화’ 등 3개 분야에 한·중 협력 과제를 정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 회의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거나 서로 관련 영상을 교환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한·중 대기환경산업 박람회 등 큰 행사를 할 예정이던 ‘청천콘퍼런스’는 2021년으로 개최 시기가 밀렸다.

베이징의 한·중 환경협력센터는 지난 3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진 이후 문을 닫은 상태다. 기존에 가 있던 국립환경과학원 소속 연구진 4명도 모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도 후속 연구 없이 멈춰 있다. 당시 발표된 보고서는 중국발 초미세 먼지가 한국(32%)과 일본(24%)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담고 있었지만, 중국 측이 전체 수치에는 동의하면서도 도시별 영향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또 이 결과를 중국 측은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고, 중국 관영 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이 보고서를 두고 “한국의 스모그는 실상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South Korea)’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고농도 미세 먼지 발생 시 국내외 영향은 사례마다 크게 다르다”며 “많을 때는 중국발 미세 먼지가 60~82%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적을 때는 20~30% 수준에 머물기도 해 일반 국민 인식과 과학적 연구 결과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중국 오염 수치 실시간 받아보지만 “데이터 공개 불가”

중국발 미세 먼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자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현지 관측·예보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 결과 청천 계획 합의 후 중국 측은 국립환경과학원에 16개 성도의 미세 먼지 예측 모델을 공유하고 있다. 과학원은 이 자료를 활용해 올해부터 6일 앞을 내다보는 ‘초미세 먼지 주간 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 자료를 제공하면서 예보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이 외에는 미공개라는 단서를 달았다. 실시간 예측 데이터가 가공·보정 없이 제공되기 때문에 공식 자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 측 자료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했다.

◇연례 환경장관 회담도 온라인으로… 외교부는 항의 ‘0건’

연례 회의로 정착시키기로 약속한 한·중 환경장관 회담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화상으로 황 룬치우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제2차 한·중 연례 환경장관회의’를 가졌다. 양국은 이날 한국의 계절관리제(12~3월)와 중국의 추동계대책(10~3월) 간 공조를 강화하는 데 합의했으나, 중국발 미세 먼지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올해 중국과 단 한 차례도 미세 먼지 관련 회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올해 중국과 총 5차례 장·차관 소통 기회가 있었으나 단 한 차례도 미세 먼지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