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3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4일까지 장마가 전국 곳곳에 퍼지면서 지역에 따라 시간당 50㎜ 이상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2일 예보됐다. 39년 만에 오는 ‘7월 지각 장마'가 ‘물 폭탄’과 함께 출발 신호를 알리는 셈이다.

지난 30일 오후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서울 송파구 위례성길에서 자전거를 탄 시민이 빗줄기에 갇혔다. 주말부터 본격 장마가 시작되면서 이처럼 세찬 비를 당분간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3~4일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 전라권, 경남권 남해안, 지리산 부근, 제주도에서 50~100㎜(많은 곳 150㎜ 이상)이며, 그 밖 지역에서 30~80㎜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 집중호우가 예고됐다. 보통 시간당 강수량이 30㎜ 이상이면 밭이나 하수구 물이 넘치는 걸 볼 수 있고, 50㎜ 이상일 때는 마치 양동이로 퍼붓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80㎜가 넘어가면 비가 아니라 폭포수에 가깝다.

올여름 장마를 알리는 이번 비는 3일 새벽 제주도부터 시작한다. 오전에는 충남, 전라, 경상 서부 내륙으로 빗줄기가 건너가고,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볼 수 있겠다. 비가 많이 오면서 3일 밤엔 저지대와 산간, 계곡 등에 물이 급격히 불어날 위험이 높다. 기상청은 “하천 범람과 저지대 침수, 급류 피해에 각별히 조심해달라”고 당부했다. ‘야행성 폭우’가 있을 수 있어 주말 캠핑족과 하천 주변 관광객 등은 긴장해야 한다는 경고다.

비와 함께 강한 바람도 찾아온다. 동·서해안과 남해안에서는 초속 10~18m 돌풍과 2~4m 높은 물결이 예고됐다. 4일 낮부터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잠시 비가 그칠 전망이지만 중부지방 일부는 5일 오전, 남해안 일대는 5일 오후에 다시 비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다음 주 초부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장맛비가 다시 전국으로 확산한다.

올해 장마는 제주도를 기준으로 역대 둘째로 늦은 ‘7월 장마’로 기록됐다. 앞서 1982년 제주도에서 7월 5일 장마가 온 뒤로는 모두 ‘6월 장마'였다. 올여름엔 최근까지 한반도 상공에 찬 공기가 버티고 있어서 장마를 이루는 정체전선의 북상(北上)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2일 대만 부근에 있던 장마전선이 제주도 인근까지 밀고 올라온 모습이 위성 화면에 관측됐다. 기상청 담당자는 “서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장마전선을 한반도로 끌어올리며 장마철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태풍이 열대지방에서 뜨거운 공기를 몰고 와 일본 남동 해상에서 소멸하는 과정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을 강화시킨 영향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특히 정체 전선의 북상에 더해 습기를 머금은 저기압이 수시로 겹치면서 들쭉날쭉 변덕스러운 장마가 예상된다. 지난달에도 한반도 상층에 찬 공기가 머무는 가운데 낮 시간대 강한 햇볕으로 지면이 달궈져 국지성 집중호우가 나타나곤 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남북으로 폭이 좁은 강수 밴드(대역·帶域)가 북상하는 가운데 저기압이 관여하면서 강수 영역과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장마 기간 내내 저기압이 3~4일 주기로 한반도를 통과하는 가운데, 며칠간 비가 그쳤다가 갑자기 폭우가 퍼붓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장마전선 북상으로 많은 비가 지속적으로 내릴 때 장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최근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으로 열대성 호우가 나타나면서 장마 시기 구분과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있다. 장마 대신 우기(雨期)라는 표현을 쓰자는 주장도 나온다.

뒤늦게 시작한 이번 장마는 얼마나 길어질지도 아직 미지수다. 작년에는 장마가 역대 최장인 54일간(중부 기준) 지속됐다. 강수량도 평년의 2배 수준, 중부 기준 역대 1위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장마가 불과 16일 만에 끝나 ‘마른 장마'였고, 2019년엔 중부지방 강수량이 역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장마 시기가 늦고 최근까지 대기 중 수증기가 응축돼 게릴라성 폭우를 뿌렸던 만큼 앞으로도 이런 짧고 굵은 장대비가 수시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기상청은 3~4일 첫 집중호우에 이어 며칠간 정체 전선이 남하하고 다시 북상하는 과정에서 호우 지역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5일 일부 비가 재개되는 데 이어 6~7일에는 남부지방과 충청권, 8~10일에는 전국으로 비가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기상청은 “저기압 등 기상 변동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수정되는 예보를 참조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