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물질 가운데 하나인 유해 남세균이 발견됐다는 MBC 보도와 관련, 국립환경과학원이 “남세균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과학원 측은 “MBC가 ‘남세균’이라며 보도에 쓴 현미경 관찰 사진은 형태학적으로 남세균과 전혀 무관한 물질”이라며 “이 교수팀이 활용한 PCR 검사법 역시 녹조류를 살필 땐 오류가 커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낙동강네트워크·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 등 영남권 환경단체 회원들이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나왔다며 대구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한 어린이가 수도꼭지에서 녹색 물이 흘러나오는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MBC는 지난 12일 “대구 달성군 현풍읍 아파트 단지의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연두색 물질이 나왔으며 이 물질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남세균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MBC가 해당 가정집에서 가져온 시료(試料)를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20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원은 “MBC 보도에 나온 현미경 관찰 사진은 형태학적으로 남세균과 전혀 다른 물질”이라며 “공식 조류 검사에선 형태학적 분석을 쓰기 때문에 수돗물 필터에서 발견됐다는 물질이 남세균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이 교수팀이 시료를 현미경 관찰하는 과정에서 직접 찍은 것이다. 이승준 교수는 본지에 “MBC가 가져온 시료를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을 일으키는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면서 “(인체에 유해한)’살아있는 남세균’으로 본다”고 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시스티스는 현미경 관찰시 ‘개구리알’이나 ‘브로콜리’ 모양을 띠는 반면, 보도에 나온 사진은 ‘쌀알’ 형태라는 것이 과학원 측 설명이다. 이 교수팀 주장대로 시료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면 현미경 사진에서 이런 모양이 보여야 하는데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원 측은 이 의원실 측에 “MBC가 무해성 물질을 녹조 독소로 둔갑해 보도했다”고 반발했다.

대구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주장을 보도한 MBC가 보도에 사용한 현미경 사진(위). 국립환경과학원이 "MBC 보도에 나온 현미경 사진은 남세균과 전혀 다른 물질"이라며 제시한 마이크로시스티스 현미경 사진.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개구리알 모양을 띠는 반면, 이 교수팀이 찍은 사진은 쌀알 형태를 보인다. /MBC·국립환경과학원

과학원은 이 교수팀의 조사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류를 확인하는 공식적인 방법은 형태학적 분석인데 뜬금없이 PCR을 통한 유전자 분석법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과학원은 “녹조 물질을 PCR로 검사할 경우 시료에 죽은 세포의 DNA 파편이 일정량 이상 포함되면 살아있는 남세균이 검출된 것처럼 오인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론 형태학적 분석을 통해 남세균인 것으로 확인되면 이와 일치하는 염기서열, RNA 분석 등 유전자 실험을 거친다”고 했다. 그런데 MBC 보도 사진은 이미 형태학적으로 마이크로시스티스와 일치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교수는 “RNA 분석도 병행한 결론”이라는 입장이다.

MBC와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은 최근 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간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주장해왔다. 환경단체는 이 교수팀 연구결과를 근거로 녹조가 심해진 것이 원인이라며 4대강 보(洑) 수문 개방을 요구했다. 과학원은 현재 국내 정수장에서 검사하는 6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벗어난 또 다른 마이크로시스틴은 국내 원수(原水)에서 발견되지 않기에 정수 시스템상 이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시민단체와 MBC가 공포감을 조장하고 수돗물에 대한 신뢰성을 흔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데, 이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보게되는 만큼 응분의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