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가 유해 물질 검사를 의뢰한 수돗물은 ‘미국 아동 수질기준’을 충족하는 안전한 물이었습니다. 대구MBC가 전반적인 과학적 배경 없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결과만 조명하다보니 마치 수돗물이 위험한 것처럼 보도된 것 같습니다.”

지난달 31일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만난 이승준 교수. /박상현 기자

이승준(38) 부경대 교수는 최근 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대구MBC는 올 여름부터 이 교수팀 측에 각종 수돗물 관련 시료(試料)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등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수돗물 공포’에 떨어야했다.

대구상수도본부,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각종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대구MBC 보도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구MBC는 반론이 제기될 때마다 수돗물에서 검출됐다는 물질의 종류를 마이크로시스틴→남세균→남세균DNA로 바꿔가며 ‘수돗물에서 유해 물질이 나왔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그 보도 뒤엔 계속 이승준 교수가 있었다.

31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만난 이승준 교수는 “연구 의도나 목적과 다르게 연구결과가 보도됐다”고 털어놨다.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싶어 방송사 측 시료 분석에 임했는데, 연구결과가 본래 의도와 다르게 ‘수돗물 위험성’ 등 다른 주장의 근거로 쓰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녹조와 4대강 보를 엮는 반(反)4대강 세력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녹조와 4대강 보의 관계는 정확하게 모른다”고 했다. “녹조는 강 상류에서 강물에 흘러들어가 녹조의 ‘먹이’가 되는 가축분뇨, 생활폐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인데 정작 이런 논의는 사라지고 여야간 정쟁(政爭)만 남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이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대구MBC, 과학적 배경 빼고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만 부각

-고도정수처리 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효소면역분석(ELISA)법’을 통해 대구MBC가 의뢰한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정량 한계값 이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으로 나왔다. 다만 미국EPA(환경보호국) 기준으로 ‘어린이가 음용해도 되는 수준’이었다. 안전한 물이었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왜 뺐나.

“당시 검사결과가 미국 아동 수질 기준치에 부합하는 안전한 물로 나와서 대구MBC 측에 결과를 통째로 넘겨도 크게 논란이 일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구MBC가 전반적인 과학적 배경 설명없이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사실만 부각하면서 마치 수돗물이 위험한 것처럼 보도됐다.”

-대구MBC가 물안전에 문제제기 하면서도 정작 물안전 자체와는 무관했던 ‘과학적 맥락’을 밝히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의도와 달랐다면 왜 보도가 처음 나갔을 때 문제제기 하지 않았나.

“인터뷰 때 대구MBC가 한 질문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느냐’였지, ‘수돗물이 안전한가’가 아니었다. 단순히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고 해서 수돗물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수돗물은 순수한 증류수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물질이 녹아 있다. 그래서 나라마다 ‘안전기준’이 존재하고,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면 안전한 것이다.”

-대구MBC 보도가 문제라는 건가.

“연구는 학자 영역, 보도는 언론사 영역이니 ‘문제’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과학적 맥락을 지우고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고만 하면 사람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 미세먼지 수치가 ‘보통’이라고 해서 공기 중에 미세먼지가 한 톨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날 숨을 쉬어도 문제없듯, ‘정량 한계 이하’로 나온 수돗물도 문제는 없다.”

-검출량이 ‘정량 한계값 이하’면 실제 수돗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는지 없는지 단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만약 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아예 없다면 ‘제로(0)’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정량 한계값 이하’로 표현됐다는 것은 어쨌든 나오긴 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표현했다.”

이승준 교수팀과 국립환경과학원은 그동안 서로 다른 검사법을 썼다. 과학원은 “공식 수질검사 방법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LC-MS/MS)법’ 결과에선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바 없고, 이 교수팀이 쓴 ELISA법은 정확도가 떨어져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팀은 “(과학원 등이) 수돗물 분석 때 확인한 6종(種)의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종이 포함돼 검출이 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과학원은 “국내 강물 원수(原水)에서 조사된 마이크로시스틴은 6종 외에 다른 종이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핵심은 과학원과 이 교수팀 모두 수돗물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양이 ‘정량 한계 이하’라고 판단했다는 것이고, 이 경우 ‘미검출’로 표기해야한다. 이는 대구MBC가 이 교수팀에 맡긴 여러 수돗물이 적어도 마이크로시스틴에 관한 한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시스틴’ 주장 이후에는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조류에 대한 공인시험방법은 현미경 관찰법인데 왜 PCR(유전자 검사)만 했나.

“강물 등 원수(原水)에 대한 공인시험방법이 현미경 검사법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수(淨水)를 관찰할 때도 현미경이 공인시험방법인 것은 몰랐다. 또 학계에서 미생물 동정(同定·화학적 분석과 측정 따위로 해당 물질이 다른 물질과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현미경이 아니라 PCR 검사로 한다. 논문에서 현미경으로 미생물 동정을 하진 않아서 PCR을 썼다.”

이 교수 설명과 달리 ‘식물성 플랑크톤’에 대한 공인시험방법은 현미경 관찰법이며, 원수·정수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프랑스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수돗물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고 주장하려면 반드시 현미경 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다만 식물 독성 전공인 이 교수가 물 분야에선 전문가가 아니기에 수돗물을 다룰 때 헷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현미경 사진도 찍었다고 했는데 왜 대구MBC 보도에선 빠졌나.

“2장의 현미경 사진을 찍었다. 하나는 수돗물 필터에서 연두색 물질이 나타난 부분을 근접 촬영한 사진, 다른 하나는 수돗물 필터 일부를 뜯어내 현미경으로 검경배율을 높여 촬영한 사진이었다. PCR이 주였고, 현미경 사진은 참고차 남겨둔 것이어서 공인시험방법 기준을 따라 촬영되지도 않았다.”

-이 교수팀이 찍은 현미경 사진이 공개됐어도 ‘남세균 검출’의 근거로 쓸 순 없었단 뜻인가.

“우리가 찍은 현미경 사진만으론 무엇이 남세균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에선 확실히 ‘남세균 DNA’가 나왔기에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 DNA가 검출됐다’고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남세균 DNA 검출’ 자체가 ‘남세균 DNA가 검출됐으니 수돗물은 안전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과학원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법을 이용하는 최첨단 연구시설을 통한 연구결과에서 독성물질을 만드는 남세균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대구MBC 보도에 대해 “유전자 분석은 시료에 죽은 세포의 DNA 파편이 일정량 이상 포함되면 ‘살아있는 남세균’처럼 오인돼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수 과정에서 남세균은 죽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법에서 발견된 남세균 DNA는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 이미 죽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독성을 일으키는 것은 ‘살아있는 남세균’인데 유전자 검사법만으론 조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현미경으로 형태학적 분석을 통해 ‘살아있는 조류’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라는 게 과학원 측 설명이다.

-’녹조 에어로졸(대기 중 떠다니는 작은 고체 및 액체 입자들)’로 농작물에서 녹조가 발견됐다는 식으로도 주장했다.

“남세균 입자가 공기보다 작기 때문에 공기를 타고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과 마찬가지로 ‘녹조 에어로졸로 인해 농작물에서 녹조 성분이 나왔다’는 것과 ‘녹조 에어로졸로 인해 녹조 성분이 나온 농작물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다른 얘기다. 물론 농사 과정에서 깨끗한 물 대신 녹조가 낀 물을 논밭에 댄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국제적으로 녹조 에어로졸을 검사할 공인시험방법이 존재하나.

“아직까진 없다. 다만 미국에선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녹조 에어로졸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 거의 개발된 상태다.”

지난달 31일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만난 이승준 교수. /박상현 기자

◇녹조의 근본적 해결책은 ‘먹이’ 제거…4대강탓은 동의 어려워

-이 교수팀 연구결과가 일부 환경단체에서 4대강 보(洑)가 녹조를 심화시켰고, 그 결과 수돗물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4대강에 대해선 잘 모른다. 녹조 발생 원인이 4대강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져서라는 지적도 있지만, 유속은 간접적 영향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녹조의 ‘먹이’가 되는 가축분뇨, 생활폐수 등이 강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여러 인터뷰에서 이런 전체 맥락을 설명해도 결국 ‘유속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만 편집돼 나간다.”

-올해 낙동강 녹조가 유독 심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이 지역에 비가 짧게 내렸다. 비가 내릴 때 강 주변 쓰레기를 강물로 끌어오기만하고,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으니 그 쓰레기들이 강물을 떠다녔다. 성주군에선 저급품 참외가 대량으로 강에 버려진 일이 있었다. 참외 하나에도 엄청난 양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유기물 덩어리인 참외가 대량으로 강물에서 썩어가며 지나치게 많은 영양물질을 발생시켜 녹조의 좋은 먹이가 됐다.”

-녹조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결국 비료나 가축분뇨 같은 녹조의 먹이가 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실제로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영주댐 상류에는 축산 농가가 많다. 축산 농가에서 나오는 가축분뇨를 한데모아 정화처리를 거친 후 강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녹조 대책일 것이다. 하지만 쉽진 않다. 예를 들어 녹조 저감한다고 농가에 비료 사용량을 줄이라고 했다가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들면 농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농가 수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각종 녹조 발생원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주장으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여야가 녹조 문제로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할 줄 몰랐다. 한편으론 정치권의 진짜 관심사는 ‘녹조를 어떻게 해결할까’가 아니라, ‘녹조를 둘러싼 정쟁’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의뢰 받은 연구를 수행했을 뿐인데 당황스런 마음도 들었을 거 같다.

“솔직히 국감장에서 쓴소리 듣다보니 연구결과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국감장에서 답변 다 마치고 나가는데 한화진 (환경부) 장관님이 먼저 찾아오셨다. ‘같이 녹조 문제 잘 해결해봐요’라며 웃으며 악수를 청하시더라. 그때 ‘맞아, 난 녹조 문제를 해결하려던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어떻게 우리나라 녹조를 줄일지에 대해서만 신경쓰고싶다. 대구MBC 보도 이후 각종 언론사에서 강물 시료를 분석해달라고 찾아온다. 이제 언론사의 시료 분석 의뢰는 되도록 받지 않을 생각이다. 더는 녹조가 녹조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