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제 화물 항공사 미국 아틀라스항공 직영 정비 시설이 인천공항에 생긴다. 아시아·태평양 운항 아틀라스항공 항공기 정비는 지금까진 홍콩 등이 맡았는데, 앞으론 연간 2억달러(약 2600억원) 규모 아태 지역 정비 물량을 인천공항 내 직영 정비소에 100% 몰아주겠다는 뜻이다. 최근 코로나 봉쇄 정책 등 ‘차이나(중국) 리스크’로 인해 중국을 떠난 외국 자본이 인천공항을 대안으로 선택했고, 그 덕에 인천공항도 약점으로 지적되던 ‘항공기 정비’ 부문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은 1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미 아틀라스에어월드와이드홀딩스(AAWW) 제임스 포브스 총괄부사장과 만나 ‘아틀라스항공 아태 지역 항공정비(MRO) 허브 투자 유치 본계약’을 체결했다.
아틀라스항공은 아태 지역에서 운항하는 항공기 50여 대 정비 물량을 지금까지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에 나눠 맡겨 왔다. 정비 물량 절반 이상을 홍콩 정비 업체가 맡아왔고, 한국 수주 물량은 이 중 가장 비중이 낮았다. 그런데 아틀라스항공이 국내 항공기 정비 업체 샤프테크닉스케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태 지역 정비를 독점할 직영 정비 시설을 인천공항 안에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정비 업체의 향후 50년간 누적 수출액은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고, 1800명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인천공항공사는 밝혔다. 직영 정비 시설은 2026년 1곳이 완공되고, 2030년쯤 2호 시설이 건립될 계획이다. 2곳이 완성되면 대형기 8기를 동시 정비할 수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아틀라스항공이 항공기 정비 과정을 체크할 자사 엔지니어들을 홍콩에 보내면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엔지니어들이 3주간 격리됐다”며 “며칠이면 끝날 수리가 한 달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했다. 이에 아틀라스항공은 대안을 물색했고, 인천공항을 선택했다. 한국은 외국 항공사 엔지니어에게 격리를 면제해줬고, ‘홍콩에선 한 달 걸리는 수리가 한국에선 하루 이틀이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또 인천공항의 세계 3위 수준 물동량, 한국 업체 샤프테크닉스케이가 아틀라스항공 내부 정비 평가에서 1등을 하는 등 ‘정비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이 세계 1등 물류 허브 공항으로 올라갈 큰 발판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세계 1등 물류 공항은 홍콩국제공항이다. 3등인 인천공항은 홍콩공항 같은 대형 항공기 정비 시설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혔다. 홍콩공항에선 화물기가 짐을 내린 뒤 밤샘 정비를 받고 다음 날 새 짐을 실어 바로 출발하는 ‘운송·정비 원스톱’ 처리가 되는데 인천공항에선 그게 잘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항공사 입장에선 당연히 홍콩공항에 화물 터미널을 추가로 만들어 물동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아틀라스항공이 인천공항에 직영 정비 시설을 꾸리면서 인천공항에서도 ‘운송·정비 원스톱’ 처리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 아틀라스항공은 인천공항에 있는 기존의 전용 화물 터미널(2개)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3번째 터미널을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는 “다른 외국 항공사들도 인천공항에 정비 시설을 짓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