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사원 안에선 ‘광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감사관들이 “광어 잡으러 간다” “광어한테 물렸다”란 우스갯소리를 서로 자주 주고받는다고 한다.

이는 문재인 정권 관련 감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0월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말 때문이다. 그는 이 회의에서 전 간부들에게 “사정기관 구성원들이 접시 위의 광어가 물까봐 걱정해서 주저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정당한 감사 활동을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사람과 타협하지 말라”고 했다. 감사 대상을 ‘접시 위 광어’에 비유하고, 감사 저항을 ‘광어가 문다’고 표현하면서 거침 없는 감사를 주문한 것이다. 유 총장은 또 이 자리에서 “간부들은 무장답게, 직원들은 무사답게 기본기가 탄탄하게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 의혹’ 감사를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감사원은 지난 9월 전 정권의 소득·고용·집값 통계 등 광범위한 국가 통계의 조작·은폐 의혹 감사에 착수했었다. 유 총장이 이 ‘접시 위 광어’ 지시를 했을 당시 큰 감사였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는 사실상 끝나 있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감사원은 통계 조작 의혹 감사를 한 차례 연장한 데 이어 추가로 연장해서 내년 초까지 현지 통계청·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행 중인 이 감사 관련 일부 내용이 국회로 흘러들어와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감사원이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가 주택 관련 통계를 왜곡하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는 치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통계 조작이야말로 국정 농단이고 대형 범죄”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사원 내에선 “통계 조작은 진즉에 했어야 할 감사”라는 의견이 많다. 전 정권이 발표한 소득·고용·집값 통계가 현실과 차이가 커 ‘통계 수치 마사지’ 의혹이 숱하게 제기됐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 일부에선 “감사원이 진행 중인 감사 내용이 감사원이 아니라 국회를 통해 유포되는 건 전례 없는 일” “중요하고 필요한 감사를 했는데 감사원이 여론 몰이 감사, 정치 감사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유병호 총장은 전 정권에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사를 했다가 좌천됐다. 현 정권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후 문재인 정권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원전 에너지 정책 수립’ ‘백신 도입 지연’ 등 굵직한 전 정권 관련 감사를 총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