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휴게소 내 도로기상관측망 거점관측소. 가로등 모양으로 생긴 ‘노면(路面)상태센서’가 도로의 온도와 습도, 결빙 정보를 실시간 분석했다. 한낮 기온이 영하 3도를 기록한 이날 도로 상태는 ‘dry(건조)’라고 표출됐다. 관측소 내 실험 장비에선 처음에 얼음 낀 곳 상태가 ‘ice(얼음)’로 나왔다가, 햇빛에 얼음이 점차 녹자 ‘wet(축축)’으로 결과 값이 달라졌다. 이 같은 관측 장비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전 구간에 걸쳐 24개 설치됐다. 302㎞에 달하는 도로의 노면·시야 등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 전반을 분석한다. 여기에는 눈으로 관찰되지 않아 ‘도로 위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블랙 아이스(black ice)’와 안개 정보도 포함된다.

앞으로는 고속도로를 탈 때 블랙 아이스와 안개 정보를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다. 기상청은 큰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블랙 아이스와 안개 발생 정보를 관측·분석해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는 서비스를 다음 달 10일부터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대상으로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티맵에서 우선 시작되고, 올해 말부터는 카카오맵에서도 가능해진다.

기상청이 최근 10년(2010~2019)간 사망자가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와 당시 날씨를 분석한 결과, 치사율은 안개(9.11%)가 끼었을 때 가장 높았다. 교통사고 100건 중 9건에서 안개가 낀 날 사망자가 나왔다는 뜻이다. 또 노면 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률은 건조한 도로와 비교해 결빙이나 서리가 생겼을 때 1.87배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까진 고속도로 결빙이나 안개를 관측해 분석할 기상 인프라가 없었다.

이번에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설치된 관측 장비 중 ‘노면상태센서’는 블랙 아이스를 감지하는 용도다. 가로등 모양의 노면상태센서는 적외선을 도로 표면에 쏜 후 반사되는 빛의 신호를 분석해 표면이 얼었는지 확인하는 원리다. 물기가 없는 ‘Dry(건조)’부터 ‘Moist(촉촉)’ ‘Wet(축축)’ ‘Snow(눈)’, 도로에 얼음이 낀 ‘얼음(Ice)’ 등으로 구분된다. ‘눈’과 ‘얼음’이 따로 구분돼 있는 이유는 서로 형태와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눈은 하얗게 쌓여 육안으로 쉽게 감지돼 운전자가 조심할 수 있지만, 얼음은 빠른 속도로 운전하면서 육안으로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기상청 담당자는 “수막이나 얼음의 두께, 적설량까지도 정확하게 관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이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기로 한 티맵은 블랙 아이스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300m 전에 경고음과 결빙 안내를 하기로 했다.

관측 장비에는 공기의 투명도를 측정하는 ‘시정계(視程計)’라는 기계도 달려 있다. 불투명도를 통해 안개가 끼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각각 컵 모양으로 생긴 ‘송신부’에서 공기 중으로 레이저 빔을 쏘면 대기 중 수분에 의해 빛이 산란하는데, 이때 반대편 ‘수신부’가 산란 강도를 통해 안개 정도를 측정한다. 입자의 산란이나 흡수가 많을수록 공기 중에 수분이 많다는 뜻이라 안개가 짙다고 해석한다.

기상청은 이런 기술을 내비게이션에 연동해 운전자가 실시간으로 블랙 아이스와 안개 위험 구역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고속도로에서 전광판에 안개를 주의하라는 경고가 표시되는데, 이는 도로공사 직원이 입력을 하는 방식이다. 기상청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이 따로 제어할 필요 없이 안개 정보가 도로공사 측에 공유되고, 내비게이션에도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처럼 기상청 분석 정보와 내비게이션을 결합해 불특정 다수 운전자에게 블랙 아이스와 안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폴크스바겐이 영국에서 자차 이용자에게 도로 결빙 여부를 내비게이션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으나, 폴크스바겐 차주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라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기상청은 이 관측 장비를 올해 서해안고속도로에 추가로 설치하고, 2025년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전국 고속도로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