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5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열린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폐암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공식 인정했다. 폐암 발병에는 복합적 원인이 존재하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발병에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구제 급여 신청자 중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6명이다. 다만 정부가 개별 심사를 통해 구제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들이 구제 판정을 받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환경부는 제36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후 폐암으로 숨진 1명의 피해를 인정하고 구제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2021년 7월 폐암 판정을 받은 20대가 가습기 살균제 외에 발병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받은 후 첫 구제 사례다.

폐암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받은 데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 살균제 보건센터가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MG)에 의한 폐 질환 변화 관찰 연구’ 결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PHMG에 노출되면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쥐 기도에 PHMG 농도를 달리해 2주 간격으로 5번 나눠 투여한 결과 20주 후 모든 쥐에게서 폐 염증과 섬유화가 확인됐고, 40주 뒤에는 1㎏당 0.2㎎과 1.0㎎ 노출된 각각 1마리와 5.0㎎ 노출된 9마리에서 폐 악성 종양이 발생했다.

환경부는 “폐암이 발병했다고 모두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청이 들어오면 개별적으로 피해 인정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유전적 요인으로 폐암이 발생한 경우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암이 발생한 경우를 구분할 수 없어 신속 심사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신속 심사는 국민건강보호법상 요양급여비 청구 자료 등으로 신속하게 구제 급여 지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날 피해구제위원회에서는 그간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136명에 대한 구제 급여 지급이 결정됐다. 피해는 인정받았으나 피해 등급이 결정되지 않은 357명의 등급도 정해졌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구제 급여 지급 대상자는 총 5176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