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1시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플랫폼. 앞부분을 하늘색으로 칠한 8량짜리 전동차에 GTX-A란 로고가 선명했다.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개통해 2028년까지 전 구간이 개통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에 투입할 EMU-180 전동차다. 총 8량으로, 현대로템이 창원공장에서 제작한 국산이다.

21일 새벽 시험운행 앞두고 수서역에 대기 중인 GTX-A 전동차. /채성진 기자

GTX-A 전동차는 SRT가 운행을 마친 심야 시간을 활용해 지난달 말부터 수서~동탄 28㎞ 구간에서 매주 한 차례 시험 운전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 도입한 열차가 설계대로 제작돼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단계다. 이날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은 외부인으로는 처음 GTX-A 열차에 시승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이종국 SR 대표이사, 임종일 국가철도공단 부이사장, 현대로템 임직원 등이 동승했다.

오전 1시20분쯤 GTX-A전동차가 수서역을 출발했다. 객차 아래쪽에 모터를 나눠 배치한 동력 분산식 전동차인 만큼 힘이 좋아 가속 능력이 돋보였다. 플랫폼을 벗어나자 속도가 금세 시속 170㎞까지 치솟았다. 고속 주행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직선 구간이라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몸을 휘청거릴 정도의 흔들림은 없었다. 다만 진동이나 소음을 다소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시운전은 시속 130~170㎞ 수준으로 진행됐다. 지하철은 보통 시속 80~100㎞ 정도로 달린다.

열차 안에는 1.5t 정도의 물을 채운 파란색 대형 물탱크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GTX-A 객차에 승객이 가득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혼잡률을 100%로 잡았을 때 1062명이 탑승한 것과 같은 무게로 맞춰놓았다”고 설명했다.

GTX-A 객차 안의 좌석. 칸막이가 보인다. /뉴스1

객차 안에는 지하철처럼 좌석이 7개씩 마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 좌석과는 달리 좌석마다 분리대가 설치돼 있었다. 좌석 위쪽에 가방 등 짐을 놓을 선반은 없었다. 출입문은 KTX나 SRT에 비해 넓은 1.3m였다. 이원상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 상무는 “문이 좌우 양쪽으로 열리는 지하철 객차와 달리 GTX-A는 한쪽 방향으로 문이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고속으로 운행하는 만큼 지하철과 달리 기밀(氣密) 성능을 높였다고 했다.

수서역을 출발한 지 20분 정도 지나자 동탄역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나왔다. 개통하면 수서~성남~용인~동탄역을 지나지만, 시운전이기 때문에 수서~동탄 구간을 정차 없이 달리면서 7~8분 정도 단축됐다고 현대로템 관계자는 설명했다.

시험운행 중인 GTX-A 전동차 기관실. /채성진 기자

지난해 12월 출고된 GTX-A 전동차는 오송 시험 선로에서 5000㎞의 예비 주행 시험을 마쳤다. 지난 4~8월에는 중부내륙선에서 1단계 시운전을 거쳤다. 연말까지는 2단계 시운전이 이어진다. 다음 달 17일부터는 낮시간에도 SRT 운행 시간을 피해 시운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2월까지 3단계 시운전을 진행한다.

GTX-A 노선은 경기 파주시 운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동탄역까지 이어지는 82.1㎞ 구간이다. 내년 4월쯤 수서~동탄 구간을 먼저 개통하고, 하반기에는 운정~서울역 구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GTX-A 삼성역 정거장이 2028년 완공되면 전 구간이 개통된다. 운정에서 서울역까지는 20분대, 삼성역까지는 30분대에 갈 수 있다.

21일 새벽 수서~동탄 구간에서 시험운행 중인 GTX-A 전동차에 시승한 원희룡(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 /채성진 기자

원희룡 장관은 이날 시승을 마친 뒤 “GTX-A의 내년 초 개통을 국민들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적기에 개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개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원 장관은 “어려울 듯하다”며 “시운전 기간에 안전 기능에 완벽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