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구로구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구로사업소를 찾아 지하철 열차 좌석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코레일 열차에선 아직 빈대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원 장관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방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강호 기자

빈대 잡는 데 장관까지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서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차량 기지를 찾아 흰색 방제복을 입고 지하철 1호선 열차의 좌석과 바닥에 직접 소독약을 뿌렸다. 코레일 열차에선 아직 빈대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원 장관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방제해 빈대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5일 “빈대 민원이 지난주보다 2.8배 이상 급증했다”며 ‘민원 예보’를 발령했다. 권익위는 특정 민원이 폭주하면 ‘민원 예보’를 통해 관계 당국에 대응을 촉구한다. 빈대 민원은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104건이 접수됐는데 그 이전 주의 37건보다 181% 증가한 것이다. 민원은 ‘지하철·기차 좌석을 천 재질에서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바꿔 달라’, ‘소독한 숙박업소에 안내문을 부착해 달라’, ‘택배 상자를 소독해 달라’, ‘빈대에 효과 있는 살충제를 정부가 알려 달라’ 등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3일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숙박시설, 목욕탕, 학교 기숙사, 사회복지시설, 대중교통, 교정시설 등 11만 곳을 ‘빈대 취약 시설’로 지정하고 빈대 발생 여부를 다음 달 8일까지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12일 기준 정부에 접수된 빈대 신고 187건 중 54건이 실제 빈대로 확인됐다. 민간 방역 업체가 확인한 빈대까지 포함하면 부산·경남·제주 정도를 제외하고 빈대가 전국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선 빈대 출몰지를 알려주는 ‘빈대 현황판’도 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확진자 현황을 알려주는 ‘코로나 지도’처럼 빈대 발생 지역을 알려주는 것이다. 빈대 공포가 퍼지면서 ‘빈대믹’(빈대+팬데믹)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