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결과에 대한 피해자 및 환경보건시민센터 기자회견 중 사회자가 문제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고법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뉴스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에 대해 정부가 상고했다고 환경부가 27일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9부는 지난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환경부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위자료의 성격과 액수가, 정부는 국가의 배상책임 결론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가습기살균제 관련 손해배상소송 총 10건 가운데 현재까지 1심 판결 이상은 5건이고, 이중 담당 공무원 재량권 행사와 관련해 위법성이 인정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공표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명시적으로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으나,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 경우가 처음인 만큼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쟁점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유해성 심사와 관련해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위법한지 여부였다. 2심 재판부는 “심사와 심사 결과 공표 과정에서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기에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환경부가) 화학물질이 심사된 용도 외 용도로 사용되거나 최종제품에 다량 첨가된 경우에 대해선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해당 물질 유해성이 충분히 심사·평가되거나 안전성이 검증된 것도 아닌데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반화해서 공표했다”고 했다.

2016년 1심에선 PGH 등에 대한 유해성 심사가 당시 시행된 법령에 따라 진행됐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위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 배상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받은 위자료는 크지 않다. 재판부는 원고 5명 중 3명에게만 300만~500만원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지급받은 구제급여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