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으로 'KTX-청룡'이 첫 시승 행사를 위해 도착하고 있다. 100% 국내기술로 설계·제작된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KTX-청룡'의 총 좌석 수는 515석이며, 차량의 설계속도는 352km, 영업속도는 320km로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다. 다음 달 1일 첫 운행을 시작한다./뉴스1

22일 오전 10시 서울역 KTX 4번 승강장. 푸른색의 신형 고속 열차 ‘KTX-청룡’이 열차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기존 열차보다 거대한 몸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청룡은 폭이 315㎝로 기존 KTX 주력 열차인 산천(297㎝)보다 20㎝가량 넓고 높이도 27.5㎝ 늘어났다. 산천의 폭은 철로 너비보다 좁아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 성인 발이 빠질 정도의 공간이 있다. 청룡에선 이런 공간이 사라지면서 열차를 타고 내릴 때 편안하게 느껴졌다.

열차 내부로 들어서니 커진 차량 크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승객이 지나다니는 통로의 폭이 기존보다 15㎝가량 늘어난 덕분에 화장실을 오가는 게 한결 편해졌다.

기존 KTX는 좌석을 뒤로 젖히면 뒷좌석 승객에게 민폐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청룡은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처럼 좌석이 뒤로 이동하지 않으면서 좌석을 36도 가량 눕히는 게 가능해졌다. 이동 시 피로도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좌석 크기는 산천과 같지만 의자와 무릎 사이 거리가 2㎝가량 길어져 여유도 생겼다.

좌석마다 개별 창문이 있는 것도 좋았다. 기존엔 창을 가리는 블라인드를 치려면 앞뒤 좌석 승객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이럴 필요가 없어졌다. 좌석마다 콘센트, 휴대전화 무선 충전 시설 등도 구비돼 편리했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열린 KTX-청룡 시승행사에서 시승단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KTX-청룡은 100% 국내기술로 설계·제작된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로, 최고운행속도는 320km/h에 달한다. 열차 1대당 총 8칸, 515석의 좌석을 제공해 수송력을 높였다./뉴시스

이 열차는 동력 장치를 앞뒤에 단 기존 방식과 달리 동력 장치가 전체 열차에 분산돼 있다. 승객 발밑에 동력 장치를 둔 셈이라 소음과 진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산천과 비교해 진동과 소음이 더 작았다. 이날 서울역에서 대전까지 이동하는 내내 음료를 채운 플라스틱 컵을 받침대에 뒀는데 쏟아지지 않았다. 이 차량을 제작한 현대로템 측은 “자동차의 서스펜션에 해당하는 공기 스프링 기술을 통해 진동을 흡수하면서 승차감도 편안해졌다”고 했다. 소음의 경우 열차 바닥과 승객이 밟는 바닥 사이에 고무 패널 등을 넣고 벽과 천장에 흡음재를 사용해 줄였다고 한다.

이 열차는 최고 시속 320㎞로 국내에서 운행하는 열차 중 가장 빠르다. 그러나 평택~오송 구간의 고속철도 복선화 작업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최고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반쪽 운행을 해야 한다. 실제 이날도 최고 시속 300㎞가량으로 운행됐다. 2028년쯤 돼야 진짜 청룡의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청룡은 대신 정차역을 줄이는 식으로 이동 시간을 줄였다. 서울역에서 부산까지는 대전과 동대구역만 거쳐 2시간 17분,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는 익산역만 거쳐 1시간 36분이 걸린다. 기존보다 20분가량 단축된 것이다. 청룡은 다음 달 1일부터 운행하며 이용 가격은 산천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