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진 14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등이 해변도로에 설치된 쿨링포그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스1


초여름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년보다 일주일 빠르게 폭염(暴炎) 특보가 내린 지난 10일 이후 열기가 계속 쌓이면서 14일 수은주가 35도까지 치솟았다. 이달 말 장마가 찾아오면 습도까지 더해 가마솥더위가 전국을 뒤덮을 예정이다. 이어 7월 중순까지는 폭우, 폭염이 반복적으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일찍부터 한여름 더위가 시작된 것은 대만에서 출발한 서풍(西風)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기압계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줄곧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강한 햇볕이 지표를 달군 데다 대만발(發) 고온 건조한 바람까지 집중 공급되며 한낮 수은주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13일 경남 의령(최고 36.9도)·북창원(34.8도), 전북 순창(35.1도), 강원 정선(36.2도)이 역대 가장 높은 6월 기온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인님 너무 더워요 -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14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한 견주가 반려견 머리 위에 모자를 들어 햇볕을 막아주고 있다. /뉴스1

대만발 서풍은 보통 이맘때 서해에서 불어오는 온난 습윤한 서풍과 성격이 달랐다. 이는 대만의 우기(雨期)와 관련 있다. 대만은 4월부터 10월까지 우기라 6월부터 강수량이 늘어난다. 현재 대만 부근에 워낙 많은 비구름대가 발달해 있어 축축한 바람이 이 구역을 통과할 때 수분을 빼앗기고, 수증기는 모두 이 일대에 비로 내린다. 이렇게 건조해진 바람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특이한 기압계 구조가 초여름 기온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경상·전라권 폭염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런 영향이다. 온난 습윤한 서풍은 습도를 높이고 열기를 머금어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게 한다. 그래서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대만발 서풍은 건조해서 낮의 폭염은 독했지만 해만 떨어지면 기온이 내려가 밤잠을 설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더위는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다소 주춤하겠다. 15일 수도권과 강원도·제주는 비구름대를 동반한 기압골의 영향, 충청·전라·경상권은 소나기 구름대의 영향으로 각각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10㎜, 강원·충청·전라·경상권과 제주도 5~20㎜다. 14일 현재 전라·경상권을 중심으로 내린 폭염 특보도 비와 함께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열기를 완전히 식혀줄 만큼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아서,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기온이 오를 수 있다. 15일 아침 최저기온은 18~23도, 낮 최고기온은 25~32도로 예보됐다. 이 역시 평년보다 2~3도가량 높다.

약 열흘 후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 더위 양상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상공에 장마전선이 형성되면 비구름대 생성이 많아지고 습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일본 쪽에서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 유입도 늘어난다. 뜨겁고 건조한 ‘불볕더위’에서 뜨겁고 축축한 ‘찜통더위’로 변하는 것이다.

최근 장맛비는 짧은 시간 많은 양을 한꺼번에 퍼붓고 잠잠해지는 ‘극한 호우’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나면 곧바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폭우와 폭염, 폭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올여름에 예년보다 기온은 높고 강수량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7월 폭염 일수가 전국 평균 17.7일을 기록해 ‘최악 폭염의 해’로 기록된 1994년과, 극한 호우로 충청·남부 지방 수해가 크게 발생한 작년의 모습이 동시에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40도 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