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충남 청양군 인양리 지천 일대에서 포클레인이 작년 여름 집중호우 때 무너진 제방을 다시 쌓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 작년 여름 터진 지방하천의 85.5%가 여전히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박상현 기자

24일 오후 충남 청양군 지천(之川) 일대 제방 공사 현장. 포클레인 한 대가 작년 집중호우 때 터진 제방을 다시 쌓고 있었다. 옆으로는 넓은 논이 펼쳐져 있었다. 물난리가 났던 작년 여름에 모두 잠겼던 곳이다. 제주와 남부 지방에 이미 장마가 시작됐고, 장마전선이 언제 북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직도 하천 정비를 끝내지 못한 것이다.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여름 집중호우 때 제방이 터진 지류·지천(지방하천) 372곳 가운데 현재 복구가 완료된 곳은 54곳(1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131곳으로 피해가 가장 컸으나 현재까지 복구가 완료된 곳은 한 곳도 없다. 경북은 112곳 중 2곳, 충북은 61곳 중 22곳, 전북은 45곳 중 26곳, 세종은 23곳 중 4곳만 복구가 이뤄졌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상 전망에서 7~8월에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면 작년 ‘오송 참사’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지류·지천의 복구가 더딘 것은 지자체 사업 우선순위에서 하천 관리가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래 하천 정비는 정부가 30~50%, 지자체가 50~70%의 비용을 부담해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재정분권이 시행되면서 지자체 세수를 늘려주는 대신 하천 정비를 포함한 국가 주요 사업이 지자체로 넘어갔다. 그러자 하천 정비 같은 생색 나지 않는 사업들은 지자체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제방이 무너진 지류·지천 중 복구가 끝난 것이 15%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오송 참사’가 발생한 세종·청주 일대 미호강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국가 하천이라서 일찍이 복구가 끝났다.

지난해 지방 하천의 홍수 피해가 컸던 것은 2013년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본류(本流)를 정비한 ‘4대강 사업’이 끝나고 이를 지류·지천으로 확대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준설해 ‘물 그릇’ 크기를 넓히고, 제방을 쌓아 올려 홍수를 예방하며, 보(洑)를 설치해 가뭄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본류는 물그릇을 키우고 주변을 정비한 덕에 여름철 집중호우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지방 하천은 흙으로 쌓아올린 제방 정도뿐이라서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작년에 뚫린 제방, 아직도 공사 중 - 지난 24일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에서 포클레인이 작년 여름 집중호우 때 무너진 제방을 다시 쌓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 작년 여름 터진 지방하천의 85.5%가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하천 관리가 지자체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기자

일부 지자체는 작년 홍수 때 제방이 터지고 민가와 농지가 물에 잠긴 원인을 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작년 7월 14~15일 집중호우로 논산천과 산북천이 범람하자 충남도지사와 전북도지사는 110㎞ 상류에 있는 대청댐의 방류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산천은 이 일대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이미 14일에 최고 수위에 도달했고, 대청댐이 방류량을 늘린 것은 15일이었다. 논산천에서 14㎞ 떨어진 산북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오히려 대청댐이 물을 막아준 덕에 하류로 내려간 물이 초당 5178t에서 1300t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방하천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자체가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는 하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하천 비율은 13.75%로 일본(61%)의 4분의 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