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름이 길어진 현실을 반영해 한반도의 ‘계절별 구간’을 손보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기상청이 2일 밝혔다. 현재 계절적 의미의 여름은 6~8월 3개월을 뜻한다. 여름철 각종 방재·보건·복지 정책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5월 불볕더위, 9월 찜통더위 등 실제 우리가 겪는 여름은 이보다 길어서 여름 길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이날 본지에 “이상고온과 극단적 폭염·폭우가 발생하는 ‘혹독한 여름’이 길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각계 전문가와 함께 여름을 포함한 한반도의 계절별 길이 전반을 재설정하는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는 봄(3~5월), 여름, 가을(9~11월), 겨울(12월~이듬해 2월)이 각각 3개월씩을 차지했다. 여름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런 사계절 패턴의 붕괴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계절 길이를 조정하는 것은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7년 만의 첫 시도다.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1일 대구 동구 각산비나리공원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뉴시스

기상학적으로 여름은 ‘일 평균기온이 섭씨 20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을 뜻한다. 이 기준으로 한반도의 과거(1912~1940년·29년 평균) 여름은 일년 중 98일이었다. 현재(1991~2020년·30년 평균)는 118일로 20일 늘어났다. 이 중 최근 10년(2011~2020년)은 127일로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 여름 시작일~종료일도 과거엔 ‘6월 11일~9월 16일’이다가 최근 10년 평균은 ‘5월 25일~9월 28일’로 5·9월이 이미 기온상 여름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