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쏟아져도, 함께 있어 즐거운 우리들 - 2일 장맛비가 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우산 쓴 학생들이 함께 달리고 있다. 기상청은 때이른 폭염과 길어지는 장마 등을 감안해 사계절 가운데 ‘여름’ 기간을 6~8월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뉴스1

기상청이 6~8월로 3개월인 ‘여름’ 기간을 공식 확대하는 논의를 추진할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여름 기간에 대한 정의가 바뀌면 ‘사계절 패턴’에 맞춰져 있던 우리 사회 시스템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여름은 크게 ‘장마’와 ‘폭염’ 구간으로 나뉜다. 6월 중순~말 제주부터 남부·중부지방 순으로 장마가 시작돼 7월 중순까지 일 년 중 가장 많은 비를 뿌린다. 장마가 끝난 7월 말부터 8월 말까진 극심한 폭염에 시달린다. 이런 계절적 패턴 때문에 더위를 피한다는 뜻의 ‘피서(避暑)’가 여름휴가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여 왔고, 7~8월이 휴가 기간으로 인식돼 왔다. 장마가 그치고 나면 큰비를 만날 일이 거의 없어 비 때문에 휴가를 망치는 일이 적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그러나 기후변화로 이런 ‘예상 가능한’ 여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초여름인 6월부터 한여름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올 6월은 ‘때 이른 폭염’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해다. 본지가 올 6월 전국 62개 관측망에 기록된 지역별 월평균 최고기온을 분석한 결과, 22곳에서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3곳 중 1곳이 올해가 가장 뜨거운 6월이었던 것이다. 지역별로는 강원도(철원·대관령·춘천·원주·인제·태백)와 충청권(충주·서산·청주·대전·보령·금산)이 각각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남권 5곳(군산·완도·부안·정읍·고흥), 영남권 4곳(울진·문경·구미·산청), 수도권 2곳(서울·이천) 순이었다. 이 중 6월 평균 최고기온이 처음 30도를 넘어선 곳은 서울·청주·대전·이천·구미 등 5곳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6월 최고기온 30도 이상’이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장마의 의미도 퇴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8월에 장마 기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섬진강 유역에선 8월 7~8일 이틀간 347.8㎜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홍수가 발생했다. 재작년 8월 8일 서울에는 시간당 141.5㎜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도림천이 범람하고 강남 일대가 침수됐다. 이에 기상청은 재작년부터 ‘장마’라는 단어 대신 6~8월을 통째로 ‘우기(雨期)’로 표현하는 등 한반도의 여름철 강수 패턴을 설명할 수 있는 대체 용어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픽=이진영

앞으로 여름 길이는 갈수록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이 발표한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보면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여름은 최소 110일에서 최대 170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 년 중 여름이 4~6개월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가 기온상 여름이다. 이에 여름 길이에 대한 재조정이 이뤄지면 현재 3개월에서 4~5개월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최악의 경우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가 온대 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체질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이미 농업 지도는 아열대화하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주산지 이동 현황을 보면 21세기 후반에 사과는 강원도 일부 지역, 배·포도·복숭아는 강원도와 충청권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팅커벨·러브버그 같은 덥고 습한 지역의 곤충이 우리나라에 출몰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