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동반한 많은 장맛비가 내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우산으로 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이달 들어 서울의 평균 습도가 8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서울의 7월 평균 습도가 80%를 넘은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일부 지역에선 습도가 한때 100%를 기록했다. 습도 100%는 공기가 가능한 최대 한도까지 수증기를 품었다는 뜻이다. “요즘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마치 물속을 걷는 것 같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3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 여의도 한강, 중구 예장동에 있는 자동 기상관측 장비(AWS)에는 한때 습도가 100%로 나타났다. 한꺼번에 많은 비를 뿌리는 극한 호우와 시도 때도 없는 ‘도깨비 장마’가 습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공기 중 습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각종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체감 온도가 올라가 더운 날씨가 더 덥게 느껴진다. 23일 현재 폭염 특보가 내려진 곳은 남부 지방 전체와 충청, 경기 남부, 강원 영동을 포함한 중부지방 등 한반도 면적 약 80~90%에 달했다.

그래픽=박상훈

서울에 온종일 누적 120㎜의 비가 내린 지난 18일은 최저 습도가 89%에 달했다. 하루 대부분 시간 동안 습도가 90% 넘었다는 뜻이다. 통상 서울의 7월 습도(76.2%)보다 훨씬 높았다.

최근 서울 곳곳에선 습도가 100%로 나타나기도 했다. 습도 100%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꽉 차 있는 상태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가 마르지 않고, 욕실 바닥에 묻은 물이 사라지지 않는다.

습도가 높은 날은 체감 온도도 오른다. 체감 온도는 기온에 습도의 영향을 반영해 사람이 실제 느끼는 온도를 말한다. 습도 약 55%를 기준으로 습도가 10% 오를 때마다 체감 온도는 약 1도 증가한다. 기상청이 내리는 폭염 특보도 최고 기온이 아닌 실제 사람이 느끼는 체감 온도를 기준으로 한다.

특히 올해는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폭염 특보가 발표되는 일이 잦다. 빈번한 비로 높은 습도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23일 새벽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호우 특보와 폭염 특보가 동시에 내려졌다.

습도가 높으면 건강에 여러 악영향을 준다.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돼 배탈과 설사, 식중독이 자주 발생한다. 흔히 ‘비가 오면 무릎이 쑤신다’고 하는데, 높은 습도는 관절에도 좋지 않다.

흐리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기압이 낮은데, 이 경우 관절 내부 압력이 증가해 신경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 높은 습도로 땀 배출이 잘 안 되면 부종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 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 원장은 “높은 습도에서는 곰팡이가 잘 번식해 어린아이나 노인의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다”며 “아이들은 땀띠가 생기는지도 잘 살펴줘야 한다”고 했다. 모기 수가 늘어나 감염병을 옮길 위험도 커진다.

최근 습도가 높은 날이 이어지면서 가정은 물론 여러 기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높은 습도에 취약한 아이가 많은 어린이집에선 적정 습도 유지가 관건이 됐다. 학교보건법에선 유치원이나 학교의 실내 습도를 30~80%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 한 어린이집 원장은 “습도 조절을 위해 에어컨과 보일러를 동시에 틀고 있다”며 “아이들 호흡기 때문에 에어컨 온도를 마냥 낮출 수 없고 바닥에 여전히 습기가 남아 끈적거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야외에 있어 습도 조절이 어려운 문화재 보호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금속, 목재, 석조 문화재 모두 습도에 취약한 만큼 피해가 발견되는 즉시 복구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습도 100%

습도는 공기가 습하고 건조한 정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습도가 100%면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치의 수증기를 머금어 포화 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습도가 100%인 상태에서 수증기가 더 유입되면 초과된 수증기는 물방울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