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소양강댐의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2015년 6월 12일 전날 내린 비에도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 상류가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 DB

과거 무산된 댐 건설을 다시 추진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가뭄과 홍수가 빈발하면서 새로운 ‘물그릇’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대 들어 극한 가뭄이 잇따라 발생하며 1980년대 중단됐던 ‘사이츠 저수지 프로젝트(Sites Reservoir Project)’를 재추진했다. 캘리포니아는 2020년부터 3년간 가뭄이 이어지며 주 면적의 97.5%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 2021년 8월 오로빌호(湖)엔 저수율이 24%까지 하락해 수력발전을 중단했고, 재작년 5월엔 급수 제한이 시행됐다. 결국 1980년대 중단됐던 프로젝트를 살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18억5000만t 규모의 댐을 짓고 있다. 댐이 완성되면 주민 2400만명, 농지 2023㎢에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호주 남부는 2021년 3월 30년 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며 85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은 2017~2019년엔 가뭄이 이어져 수도 사용 제한 조치가 이뤄졌던 곳이다. 호주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물 인프라 투자를 전담하는 기관(NWGA)을 설립하고, 30년 만에 댐 건설을 추진했다. 작년 기준 3개 댐을 완성했고, 10개 댐이 삽을 떴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

일본은 2020년 3월 여름철 집중호우가 예상되자 ‘유역 치수 프로젝트’를 가동해 전국 121개 수계(水系)의 본류와 지류·지천, 빗물 저류 시설 등을 점검·정비했다. 그러나 이런 대비에도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그해 11월 환경·지역단체 반대로 무산됐던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다시 추진했다. 1966년 다목적댐으로 계획했다가 주민 반대와 수질 악화 논란으로 2009년 중단한 사업을 11년 만에 다시 살린 것이다. 일본은 국토교통성과 수자원기구 주도로 13개 신규 댐 건설을 진행 중이다.

연 강수량이 적어 댐이 필요 없었던 중동 지역에서도 최근 홍수를 겪으며 댐을 짓고 있다. 이란은 작년 8개의 댐을 완성했고, 올해도 8개 댐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28년까지 3개 댐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지난해 남아공과 라오스도 신규 댐 1개를 각각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