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탑동시민농장에서 고개 숙인 해바라기 위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다. /연합뉴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4일 경기 여주의 한낮 수은주가 40도까지 치솟았다. 한여름에 들어선 한반도 기압계 구조가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올해가 역대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경기 여주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최고 40도가 찍혔다. 3일에도 경남 양산이 최고 39.3도까지 오르며 2018년 세운 최고 기록(39.1도)을 6년 만에 경신했다. 8월 초부터 39도가 넘는 지역이 나오면서,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중순에 가까워지면 40도를 넘기는 지역이 다수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무더위는 한반도 대기 상·하층에 예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각각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공 5㎞와 12㎞에 각각 고기압이 자리하며 두 겹의 이불을 덮은 듯 한반도를 감싸고 있다. 2018년에도 같은 구조로 폭염이 나타났다.

36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시민들과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며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고온다습한 남풍(南風)이 들어오고 있다. 열기가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진 못하는 것이다. 또 고기압 영향권에선 상공에 있는 열기가 압축돼 지표로 가라앉기 때문에 열기가 쌓이는 족족 우리 피부로 더위를 느끼게 된다.

5~6일엔 전국에 5~40㎜의 강한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비가 내리는 동안은 열기가 잠시 식겠으나, 비가 그친 뒤에는 높아진 습도 탓에 오히려 체감기온이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최저기온은 23~28도, 최고기온은 30~35도로 예보됐다. 무더위는 최소 열흘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밤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도 계속되고 있다. 4일 기준 강원 강릉은 지난달 19일부터 16일째 열대야가 발생했다. 2013년 세운 연속 기록(16일)과 타이를 이뤘고, 최장 기록 경신을 눈앞에 뒀다. 광주광역시와 대구·제주는 각각 14일, 15일, 20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14일 연속으로, 최장 기록은 2018년 세운 ‘26일 연속’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웠던 2018년 여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여름 전국 평균기온과 최고기온은 각각 25.5도, 30.7도였다. 서울(39.6도), 수원(39,3도), 춘천(39.5도), 대전(39.4도), 청주(39.1도), 광주광역시(38.5도), 전주(38.9도) 등 주요 지역의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대부분 2018년에 세워졌다. 당시 홍천은 최고 41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강원 강릉지역에 지난달 19일부터 16일째 열대야가 나타난 가운데 자정이 넘은 4일 새벽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이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변수는 ‘태풍’이다. 2018년에는 여러 태풍이 발달·북상하며 우리나라에 추가적인 열풍을 불어넣었다. 지난달 말 남부지방 폭염 원인 중 하나도 3호 태풍 ‘개미’가 북상하며 태풍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에서 한반도를 향해 뜨거운 남풍이 추가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발달하지 않았고, 올여름엔 예년보다 태풍 개수 자체가 적을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태풍 영향을 받지 않고 8월 중순을 넘기면 더위의 강도가 2018년보다는 덜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상황이라, 바다에서 불어오는 남풍 자체가 평소보다 뜨겁기 때문에 이대로 열기가 쌓이면 2018년에 버금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과 두산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