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로 안전 우려가 제기되며 서울시가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9월 말까지 준칙을 개정한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게시된 전기차 화재 관련 안내문. /뉴스1

서울시가 내놓은 ‘전기차 배터리 잔량에 따른 지하주차장 출입 제한’ 대책이 전기차 차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공동주택 관리 규약 준칙’을 개정해 배터리를 90% 이하로 충전한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터리 충전량을 줄이면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데다, 화재 가능성만을 이유로 정부가 공인해 판매한 차량의 주차를 막는 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게 차주들 주장이다.

11일 전기차 커뮤니티 등엔 서울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사흘째 쏟아지고 있다. 테슬라 모델Y를 운행하는 손모(41)씨는 “신축 아파트는 지상 주차를 못 하고 지하에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차를 타지 말란 소리”라며 “이 정도로 위험한 상품이라면 애초에 판매 승인은 왜 해줬느냐”고 비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6를 소유한 김모(37)씨는 “90% 상태에서도 화재가 나면 80%로 기준을 낮출 것이냐”며 “전기차를 낙인찍는 대책일 뿐”이라고 했다.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선 내연기관차(1만대당 1.47건)와 비교해 전기차(1만대당 1.32건) 화재가 더 적다는 통계가 공유되며 대책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서울시는 2035년 내연기관차 등록을 금지하겠다고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선언한 곳이어서 앞뒤가 안 맞는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배터리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 기준을 적용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나뉜다. 80%가량 충전을 권장하는 NCM과 달리 LFP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100% 충전을 매뉴얼로 권장하고 있다. 배터리를 사용하다 보면 배터리 셀 간 전압 차이 등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100% 충전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전문가는 “서울시 조치는 차주 스스로 자기 차의 성능을 낮추고 수명을 단축하라는 것”이라며 “화재 가능성도 배터리별로 다른데 일률적 기준을 적용해 반발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