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서울 열대야는 이날 아침까지 36일간 발생해 관측이 시작한 1907년 이래 최다 발생 기록을 경신했다. /뉴스1

25일 오전 6시 12분쯤 서울 기온이 24.9도로 떨어졌다. 서울에서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35일 만이다. 지난 16일부터 매일 신기록을 갈아 치운 서울의 최장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 기록은 불과 0.1도 차이로 34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종전 최장 기록이었던 2018년(26일)보다 8일 늘었다. 역대 최장 열대야는 멈췄지만, 올해는 9월 초까지도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연간 총 열대야 일수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올해 열대야가 총 37일 동안 나타나 종전 최고 기록인 1994년(36일)을 이미 넘어섰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24일 밤부터 25일 아침 사이 일시적으로 열대야가 해소되긴 했지만,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최저기온은 24~26도로 예보됐다. 밤사이 기온이 잠시 25도 아래로 떨어져 열대야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떨어지는 기온 폭이 작아 여전히 덥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9월 초반까지 더위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과 27일에도 낮 최고기온이 각각 30~34도, 28~3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다만 이번 주 중후반에는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돼 더위가 일시적으로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륙을 중심으로는 밤사이 낮 동안의 열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아침에는 ‘선선하다’고 느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 28~29일에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저기온이 22~24도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만에 열대야가 해소되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 체감 온도가 여전히 30도 이상이어서 한낮에 느끼는 더위는 여전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70~80%대에 머물던 습도가 일시적으로 50% 안팎으로 떨어지는 곳도 있어 습하고 끈적끈적하다는 느낌은 줄어들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9월 초부터는 다시 우리나라 대기 상층으로 티베트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고온 건조한 서풍이 불겠다. 여기에 고온 다습한 남풍까지 겹치면서 다시 후텁지근한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9월 폭염과 열대야는 흔한 현상은 아니다. 평년(최근 30년) 9월 폭염 일수는 0.2일에 그친다. 열대야는 9월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대부분 남부 지방이었고 서울 등 중부에선 드물었다.

올해 8월 폭염(최고 기온 33도 이상) 발생 일수는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과 1994년 8월을 이미 넘어섰다. 이달 1~24일까지 전국 폭염 일수는 14.8일로 집계돼 한 달 중 절반 이상 폭염을 겪은 셈이 됐다. 2018년 8월의 14.1일과 1994년 8월의 9.8일 기록을 넘어선 숫자다. 2018년과 1994년은 연간 전체 폭염 일수가 각각 31일과 29.6일로 역대 1, 2위였던 해인데, 올해 8월이 이 두 해 8월보다 더웠다는 뜻이다. 8월 평균기온도 2018년보다 높았다. 이달 1~24일 평균기온은 28.3도로 2018년(27.9도)보다는 0.4도, 평년(25.6도)보다는 2.7도 높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3년 이후 8월 폭염일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6년으로 16.6일이다. 아직 8월이 일주일가량 남은 것을 고려하면 이 기록도 깨질 가능성이 크다.